산업 산업일반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한국 해양산업 국제 네트워크 붕괴… 진짜 위기 오지도 않았다"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30 19:39

수정 2017.08.30 22:06

한진해운 사태 1년 특별인터뷰
유럽.남미.미주 동부 지역 우리나라 배 한척도 못가
해외 물류선사 의존 심해져
한진사태 후 자금지원하지만 현대상선 키우는데 10조 필요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꼴
국내 선사간 M&A 등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 키워내야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한국 해양산업 국제 네트워크 붕괴… 진짜 위기 오지도 않았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진짜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어요."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31일 한진해운 사태 발생 1년을 맞아 최근 본지와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국내 해운산업의 보호막 역할을 했던 한진해운이 무너지면서 국내 해양산업이 외국 선사들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고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한진해운이 붕괴된 이후 유럽, 남미, 미주 동부 지역은 우리나라 배가 가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 물류의 요충지인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배를 한국은 한 척도 갖고 있지 않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김 부회장은 "한진해운은 64개국의 168개 항구, 109개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고서 전세계 곳곳에서 운항을 해왔고 미주 지역은 자체 선박으로 운항했다"면서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제 네트워크가 붕괴돼 해외 물류선사에 기생하는 상태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현대상선이 유일하게 운영중인 원양선은 미국 서부의 롱비치항구에만 가고 있다. 유럽 지역은 유럽 해운사인 머스크의 선복을 빌려 쓰는 수준이라고 김 부회장은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1년전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수출 물량을 유럽으로 보낼 때 한진해운 또는 해외 선박간의 선택권이 있었지만, 한진해운 청산 이후 이제는 외국 해운사들이 약점을 알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골리앗 해외선사에 종속 위기

한진해운 사태 이후 미주, 구주 모두 합쳐서 90% 이상은 외국 배에 의존하고 10%가 미주 서부만 가고 있다는 게 선주협회측의 평가다. 김 부회장은 "1년 사이 급격히 취약해진 한국해운 산업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거나 반성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때 회생에 필요한 자금은 초기 1조2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마련한 구조조정안이 1조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금융위원회에서 처음 이야기했다. 그러자 2000억원때문에 한진해운을 포기하냐는 비난이 일자 나중에 1조5000억원이 필요했다고 말이 바뀌었다"고 회고 했다.

한진해운이 무너진 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 5조원을 투입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키로 했다. 또 한진해운이 사라진 뒤 국내 유일 국적원양선사가 된 현대상선에 8500억원을 지난해 투입했다. 현대상선은 향후 10조원대의 추가 자금을 한국산업은행에서 지원해야 글로벌 해운사들과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최근 보고서까지 작성했다. 한진해운 청산으로 인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됐다고 김 부회장은 혀를 찼다.

현대상선과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 2M(머스크라인, MSC)이 맺은 협력관계가 2020년 종료되면 현대상선 경영도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됐다. 그는 "현 상태로 계속 가면 현대상선도 무너진다. 그러지 않으려면 하루 빨리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국내 업체간 인수합병(M&A)이며, 두번째가 새로 배를 건조하는 신조가 되지만 신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현대상선이든지 SM상선이든지 가능성 있는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부 '해운 합리화' 실패시 공멸

한국은 현대상선과 SM상선을 제외한 나머지 해운사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두 대형 해운사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12개 선사를 다 합쳐봐야 싱가포르, 대만 선사 1개 보다도 적은 규모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중재 속에서 국내 해운사간 '치킨게임'을 막기 위해서 14개 해운사들간의 해운연합(KSP)이 이달 초 출범했다.

김 부회장은 "국내 중소 해운산업은 12개 선사가 뗏목에 올라탄 것과 같다. 선사들이 서로 보따리를 조금씩 버리지 않으면 함께 침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국내 해운사들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환경규제와 임금 상승의 파고도 걱정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의 배출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2020년부터 저유황유(0.5%)를 사용하거나 스크러버(Scrubber, 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김 부회장은 "황산화물 저감장비는 배 한 척당 설치비가 50억원에 달한다. 유럽이나 일본에선 이같은 환경규제를 더 높이라면서 '보이지 않는 해상 장벽'을 쌓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를 높이면서 다른 나라의 수송선박이 유럽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선원들의 임금 상승도 해운사 경영 압박 요인이다.
최근 한국 선박에 탑승하는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미달된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안이 논의중이다. 문제는 외국선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서 한국인 선원들의 임금도 똑같이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김 부회장은 "임금이 급격히 올라가면 해운사들은 해외로 회사를 옮기는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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