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지금 정치권은 '적폐 프레임' 전쟁中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31 16:16

수정 2017.08.31 16:16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왼쪽)·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잊혀진 가야사 '영호남 소통의 열쇠로 거듭나다' 토론회에서 함께 앉아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왼쪽)·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잊혀진 가야사 '영호남 소통의 열쇠로 거듭나다' 토론회에서 함께 앉아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적폐 프레임' 전쟁에 빠졌다. '새 정부 평가', 야권의 '지방선거 연대' 시사, '원세훈 전 국정원장 유죄' 등 주요 이슈마다 너도나도 '적폐'를 고유명사 처럼 사용하며 상대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대에 대한 견제와 함께 촛불혁명 이후 '적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용해 여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8월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유죄판결을 놓고 서로를 향해 '적폐'라 주장하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 전 원장에 대한 징역 4년 선고에 대해 "보복성 적폐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며 "재판 형량의 문제보다 보복성 적폐를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적폐'를 강조하며 응수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준표, 정우택 두 대표가 원세훈 전 원장 실형판결을 '보복'이라고 했다"며 "그럼 두 분은 앞으로도 적폐세력과 함께 가겠다는 말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적폐와 너무 오랜 세월 한 몸으로 살아와 이제 떼어 낼 수 없는 자웅동체라도 된 것"이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양측의 적폐 논란은 이 뿐 아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25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 결의문에서 "독선과 오만을 고집하는 일방통행 정부의 인사 무능, 안보 무능, 경제 무능으로 인해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안보·경제·졸속·좌파·인사의 '신적폐 정부'로 규정한다"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여당은 야권의 지방선거 연대 움직임에 대해 '적폐'로 규정하고 맞불을 놓았다.

한국당이 국민의당에 '지방선거 야3당 연대'를 제안하자 '적폐 연대'라고 맹비난하며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국정농단 부역세력, 탄핵책임세력과 연대를 꾀한다면 이는 국민 민심을 정면으로 반하는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갈라치기에 나섰다.

'적폐 프레임'의 난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사건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 '적폐의 심각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권을 바꾸었다. 적폐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국민들이 인지하게 됐다"며 "그러면서 '나쁜 것, 도려내야 할 것'이라는 표현을 할때 적폐 만큼 효과적인게 없다. 사용하는 용어나 언어는 그 시대에 국민들에게 가장 잘 와닿는 언어를 쓰게 되어 있다. 전달력과 효과가 뛰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선기간 국민들의 여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인 지난 3월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508을 대상으로 '이것만 해결하면 한 표를 주겠다'는 질문으로 차기대선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투표기준을 조사한 결과, 적폐 청산과 개혁(35.2%)이 민생과 경제회복(35.2%)과 공동 1위로 조사된 바 있다.

하지만,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국회가 진영을 나누어서 서로를 적폐로 규정하고 대립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이현출 교수는 "촛불혁명을 통해 드러난 국민들의 열망은 잘못된 제도, 관행, 문화를 없애라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치를 통해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국회가 세력으로 나뉘어 상대를 적폐라 칭하고 날만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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