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총수 부재 현실, 무섭고 두렵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1 10:58

수정 2017.09.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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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총수 부재 현실, 무섭고 두렵다"

【베를린(독일)=김경민 기자】
"잠도 잘 못 자고 참담하다."
윤부근 대표이사(사장· 사진)는 8월 31일(현지시간) 독일 더 웨스틴 그랜드 베를린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여러차례 '하…'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 들어 인수합병(M&A)이 완전히 끊겼다. 사업에 차질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삼성전자를 여러 척의 배를 뜻하는 '선단'으로 비유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가)공동 작업을 통해 고기를 잡는 선단이라면 가전(CE)사업부는 그중 한 배의 선장에 불과하다"며 "선단장(이재용 부회장)이 부재중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나 사업구조 재편 등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토로했다.

윤 사장은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이 "무섭고 두렵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윤 사장은 지난주 이 부회장을 면회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1등에 관한 비지니스 얘기를 했다. 그 만큼 사업에 대한…"이라며 답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금 정보기술(IT) 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 속에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인데 저는 사업 분야만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업구조 재편이라든지 M&A 등을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무섭다"며 "워낙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다. 잠도 잘 못자고 참담하다"고 긴 한숨을 쉬었다.

글로벌 기업이 총수 부재로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선단장이 없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간다는 상상해보라. 외부에서는 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지만 우리는 참담할 정도로 애로사항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각 부문장은) 이 큰 선단의 사업구조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면서 "배에 탄 사람(임직원)과 배를 보는 사람(여론)의 시각차, 느낌의 정도가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다. 마음이 아프고 두렵다"고 설명했다.

총수 부재라는 현실에 대비해 삼성전자가 전략 마련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룹 전반의 방향성을 제시할 리더십 결핍이 가장 큰 문제라고 윤 사장은 진단했다.

그는 "이 부회장 부재가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여러가지 전략을 짜고 있다"면서도 "당장 올해와 내년에 대비한 전략을 짤 수는 있지만 실제 현장을 보고 느끼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리더를 만나면서 얻은 통찰력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총수의 역할이 꽉 막혔다"고 했다.

윤 사장은 "배를 탄 사람 입장에서는 (총수 부재는)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전략을 짜더라도 사업에 국한된 경영 계획은 짜겠지만, 3~5년 후의 목표로 가기 위한 작업은 스톱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M&A가 무산된 사례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윤 사장은 "사업이라는 게 기회가 있을 때 어떤 상황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인공지능(AI) 관련 업체 인수 작업이 막판 단계까지 갔다가 제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관련해선 "당장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없어지니까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윤 사장은 "오너십이 삼성을 이뤘고, 이를 통해 앞으로도 삼성이 발전을 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윤 사장은 제품보다는 ‘연결성’을 통한 통합 솔루션이 중요해진 시대에 삼성전자가 업계 리더로서 가진 비전을 밝혔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가전·IT 제품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술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며 “‘연결성의 시대'에 차별화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 "총수 부재 현실, 무섭고 두렵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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