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한국 車산업 앞이 안보인다.. 수출 매년 내리막길인데 통상임금 암초까지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1 17:34

수정 2017.09.01 17:55

8월 완성차업체 해외판매 작년보다 4.4% 줄어
한국 車산업 앞이 안보인다.. 수출 매년 내리막길인데 통상임금 암초까지


한국 자동차산업에 드리운 암운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 등으로 고전했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하반기 들어서도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판매실적 감소는 중국, 인도 등 경쟁국의 추격 등으로 당장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통상임금 줄소송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일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국내외 시장 판매실적은 63만1870대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6% 감소한 수치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출실적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판매실적 80% 이상은 수출에서 발생한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23% 성장한 12만847대를 기록했지만 해외 판매실적은 51만1023대로 같은 기간 4.39% 축소됐다.

국내 업체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 2012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수출은 2012년 317만대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13년 309만대, 2014년 306만대, 2015년 297만대, 2016년 262만대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순위도 지난해 3위에서 5위로 하락했다. 2015년까지 독일, 일본과 수출 3강을 이루고 있던 우리나라는 작년 멕시코와 미국에 밀려나게 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의 사드보복과 미국의 통상압력 등으로 수출물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여기에 개도국의 추격 심화 등으로 인한 경쟁 심화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현대자동차의 중국 공장 4곳이 대금지급 연기로 인한 현지 협력사의 부품공급 거부 사태로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처럼 경영실적 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통상임금 소송이라는 암초에 또 한 번 발목을 잡히게 됐다. 법원이 지난달 31일 기아차 근로자 2만7400여명이 낸 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면서다.

이런 판결이 나오자 기아차는 "청구금액 대비 부담액이 일부 감액되긴 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근로자들에게 추가 지급하라고 사측에 판결한 금액은 4223억원이지만, 기아차 측은 실제 부담 잠정금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당장 이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3.4분기 영업이익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아차가 사실상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업계는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이번 기아차 패소로 타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기아차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통상임금 판결이 다른 완성차 업체 및 협력업체로도 전이돼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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