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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주택 '실수요자'의 눈물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1 17:34

수정 2017.09.01 17:34

[여의도에서]주택 '실수요자'의 눈물


#. 직장맘 A씨는 결혼 후 7년 동안 다섯 번 이사하다 대출로 작은 집을 구입했다. 또 경기 부천에서 30년 넘게 서울로 출퇴근한 아버지를 위해 올해 5월 서울지역에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중도금 무이자 60%를 약속하던 건설사는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나 몰라라 한다. A씨는 "중도금 대출이 안 돼 계약금을 날릴 처지"라며 "건설사가 계약금을 반환해준다면 다 정리하고 나라를 등지고 싶다"며 억울해했다.

#. B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내년 1월 입주하는 분양권을 합법적으로 전매했다. 계약 당시 수분양자와 실거래신고 후 올해 8월 명의변경을 앞뒀다.
그러나 아이 학교와 남편 직장 발령 등으로 8월 명의변경 후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8.2대책이 나와 투기지역 전매 1회 제한으로 되팔 수가 없게 됐다. 실거주할 수도 없어 앞으로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할 처지다.

8.2대책 후유증이 심각해지고 있다. 중도금 대출규제 소급적용, 2년 실거주 양도세 비과세 등 없던 규제가 갑자기 생겨 피해가 늘고 있다.

가계는 청와대 청원, 국회의원 민원 등으로 사연을 쏟아내고 있다. 투기수요.다주택자를 겨냥한 8.2대책은 실수요자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정부 대책으로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뀌어 주택시장 예측성과 자금계획 등이 틀어진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다. 참여정부(2003~2007년)는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고 호언했지만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오히려 주택시장을 잡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거래가 끊기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자 MB정부(2008~2012년)와 박근혜정부(2013~2016년)는 부동산 부양책을 주로 내놨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전방위 부동산 규제 완화, 주택시장 활성화로 경기부양을 시도했다. '빚 내서 집사라'는 사인을 준 것이다.

평범한 가계도 집값의 최고 70%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했고, 가계부채도 끝없이 늘었다. 주택 매매로 돈을 번 경험이 있는 사람이 늘면서 자금은 부동산시장에 더 몰렸다.

정권이 바뀌어 문재인정부는 '역대급 규제'로 불리는 8.2대책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같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수요자들은 우왕좌왕 휩쓸리고 있다.

규제에 막힌 일부 실수요자는 합법적으로 거래했는데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다주택자들은 벌써부터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공공연히 떠든다.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경기가 하강하면 정권 후반기나 다음 정부 부양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전 정부는 경기부양 등을 위해 규제를 풀었다.
이번 정부는 서민.젊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규제가 지방선거 스케줄에 맞춰졌다는 말이 나온다. 부동산 정책도 예측 가능한 일관성을 기대할 순 없을까.

lkbms@fnnews.com 임광복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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