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더불어 잘사는 아시아·유럽 꿈꾼다


지난달 충남 보령에 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이 도착했다. 노르웨이를 출발한 지 19일 만이다. 보통 유럽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선박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거치며 한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러시아 북쪽의 북극해를 통과해 거리와 시간, 비용을 기록적으로 단축했다. 과거 실크로드를 바탕으로 아시아.유럽 간 무역항로를 개척했던 것에 버금가는 새로운 유라시아 경제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때마침 아시아.유럽의 경제 수장들이 모여 최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논의한다. 오는 21~22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경제장관회의는 아시아.유럽의 51개 국가와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아세안 사무국의 경제.통상장관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이 회의는 국제정치적 요인으로 2005년 이후 중단되었는데, 최근 아시아.유럽의 경제협력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며 12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재개하게 된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시아와 유럽의 포용적 번영을 위한 혁신적 파트너십 구축'을 주제로 '무역.투자 원활화와 촉진' '경제연계성 강화'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방안'의 세 가지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의 화두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 포용적인 번영을 꾀하자는 것이다. 최근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지 못했다는 대중의 인식이 확산되며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됐다. 이제는 다자간.지역간 공조를 통해 공동의 성장을 이루기 위한 성장 방식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또한 ASEM 경제장관회의의 주제는 우리나라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새 정부의 산업.통상 정책 목표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과 전략적인 경제협력 강화, 4차 산업혁명 선도 등을 통해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구현하는 것이다. 산업부도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반영해 지난달 핵심정책토의에서 아세안.인도.유라시아 등 거대 신흥시장과의 전략적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포용적 성장과 일자리 경제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지향적 산업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ASEM 경제장관회의에서 중요하게 논의될 내용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을 선진국과 개도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그 혜택을 폭넓게 공유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의제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있는 매우 시의적절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1970년 교역액이 28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교역액 1조달러를 자랑하는 세계 9위의 교역 강국이다. 또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다자무역체제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려온 나라 중 하나이다.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접점을 찾아 포용적 성장을 이끌어나가야 할 책임을 갖고 있다.

이제 ASEM 경제장관회의 준비는 막바지 단계에 와있다.
우리나라가 회의 재개를 적극 주도한 만큼, 글로벌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도 철저하게 준비해 나갈 것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가 보호무역주의 대응과 ASEM의 무역.투자협력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새 정부의 경제.통상정책을 회원국들과 공유해 글로벌 이슈를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