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소외되는 中企정책 … 초심 잃지 말아야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3 17:12

수정 2017.09.03 17:12

[데스크 칼럼] 소외되는 中企정책 … 초심 잃지 말아야

문재인정부를 바라보는 중소기업계의 시선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선후보 당시는 물론 새 정부 초기만 해도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했던 중소기업계의 시선이 어느새 '의구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기대감이 크기는 하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실 새 정부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기대는 이전 어느 정부보다 높았다. 새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칠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기업계가 문재인정부의 최대 수혜처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실제 문 대통령도 그에 걸맞은 행보에 나섰다. 대기업 '갑질 규제', 카드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고 중소기업계의 오랜 바람이던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 정책은 중소기업인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중소기업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사건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늘어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법'은 여야가 사업장 규모가 큰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법원은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에 대해 노조의 손을 들어줘 추가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소기업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비용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당장 생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0년 최저임금이 정부의 계획대로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응답기업의 55%가 '도산'을 걱정했고 32.2%는 '고용 감소'를 예상했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되면 기업부담은 연간 12조3000억원, 특히 300인 미만의 사업장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8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인간다운 삶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맞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중소기업계도 정책에 대한 걱정도 하지만 속도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대통령 만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만나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한다면 적절한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당분간은 힘들어 보인다. 대통령이 9월 중에 한.러시아 정상회담,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 대외 일정이 빠듯한 데다 중소기업정책을 컨트롤하는 중기벤처기업부 장관도 공석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전격적으로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안보 이외의 것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가능한 한 빨리 만나야 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정부의 최근 정책을 놓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심을 잃은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통이다. 문 대통령의 장점인 소통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5년 후에는 이전 정부와는 다른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날을 기대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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