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성장·파국 갈림길 선 LCC] 인력난… 수익성 악화… 저비용항공사업 '공멸 주의보'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3 17:28

수정 2017.09.03 22:12

설립예정 6곳… 사업자수 '과다' 시장포화로 출혈경쟁 불가피 
고비용.저수익 구조 고착화 우려.. 정부, LCC사업면허 발급 고심
[성장·파국 갈림길 선 LCC] 인력난… 수익성 악화… 저비용항공사업 '공멸 주의보'

업계가 경쟁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 출혈경쟁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항공시장에 6개의 신규 LCC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조종사 등 인력난 심화, 자체 항공정비시설 (MRO)부재 등 안정성 논란 가열, 고비용 저수익구조 고착화 등 삼중고에 시달릴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미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설립된 신생 LCC 가운데 일부가 국토부에 사업면허를 신청한 후 면허 발급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LCC업계가 본격적인 성장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 항공산업 경쟁력 저하로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팽배하다. 무엇보다 성장을 위해선 LCC 항공산업의 생태계를 다지는 게 선결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LCC업계가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 등 제대로 자립기반을 갖추기도 전에 무한경쟁 위기에 직면해 성장과 파국을 결정짓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LCC 중복과잉투자, 동반부실 초래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의 신생 LCC에 대한 면허 발급이 늦춰지고 있다. 당초 플라이양양과 에어로케이에 대한 국제 및 국내 항공운송사업(AOC) 면허 발급여부가 지난달말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달로 미뤄졌다. 신생 LCC업체인 양사에 대한 면허발급은 잇따른 LCC 운항면허로 이어지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여 고심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업계의 과당 출혈경쟁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일각에선 플라이양양과 에어로케이의 지방공항 거점인 강원도 양양 국제공항, 청주 국제공항에 한해 각각 국제선을 운영토록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LCC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춘 곳은 플라이양양, 에어로케이를 비롯해 에어대구, 프라임항공, 포항에어와 내년에 설립예정인 남부에어 등 총 6곳이다. 이들 모두 운항면허를 발급받으면 국내 LCC는 현재 6개사에서 12개사로 2배로 급증한다.

문제는 현재도 국내 LCC 사업자 수가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많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거대시장인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LCC수가 많고, 인구대비 LCC는 한국이 아시아 주요국가 중에서 가장 작다. 제한적인 시장규모로 수익성 향상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5월말기준으로 국가별 LCC 사업자 수는 중국 8개, 한국.미국.일본.태국.인도네시아.인도 6개, 독일 4개, 영국.캐나다.터키.필리핀.싱가폴.브라질.말레이시아 3개, 호주.베트남 2개, 프랑스.러시아 1개 등이다. 국내 LCC사업자수 6개사는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1개사당 인구수는 900만명으로 아시아에서도 가장 낮다. LCC 1개사당 인구수는 인도 2억1100만명, 중국 1억7100만명,베트남 4800만명, 인도네시아 4300만명,필리핀 3400만명, 일본 2100만명,태국 1100만명,말레이시아 1000만명 등이다. 국내 LCC가 12개사로 늘면 1개사당 인구수는 450만명으로 반토막난다. 이는 업체들의 출혈경쟁과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져 도미노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유럽에선 이미 항공산업의 경쟁심화로 도태되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 5월 이탈리아 국적 항공사 알리탈리아에 이어 지난 8월 독일의 에어베를린 등이 파산 신청했다. LCC관계자는 "국내 조선과 해운업이 호황일 때 지나친 중복 과잉투자와 경쟁업체 난립으로 장기침체와 구조조정을 겪었다"며 "무분별한 항공사 신규 설립은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기존 항공사들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켜 종국에는 동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력난.수익성 악화.안정성 논란 삼중고

이외에도 LCC사업자가 증가하면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가정 먼저 조종사 수급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연속 조종사 해외 유출만 연간 15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한 국내 항공사간 치열한 인력 확보 경쟁으로 조종사 연쇄 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기존 LCC의 신규 도입 예정 항공기는 20대 이상으로, 추가 채용해야 하는 조종사만 최소 250여명 이상이다. 신규 항공사가 진입할 경우 유치 경쟁 과열로 항공 전문인력 시장 교란 등 항공사의 안전운항체계가 심각하게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항공안전장애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약 73% 증가한 228건을 기록했다. 항공안전장애 건수가 조종사 이직현황과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서 답보상태다. 항공 수송실적 증가에도 LCC들의 순이익률은 지난해까지 2년연속 평균 5%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항시설용량 부족현상도 악화될 전망이다. 제주공항의 경우 현재도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포화로 항공기가 1분40초마다 이착륙해 사고위험성을 안고 있다.
국내 LCC가운데 자체적으로 MRO를 보유한 곳이 전무한 상황에서 사업자만 늘어날 경우 항공안전에 위협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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