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Money & Money] 稅테크를 몰랐던 어느 샐러리맨의 비애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3 19:20

수정 2017.09.03 19:21

나는 워킹푸어입니다
눈먼 돈 잡는 탈세와 절세 사이 한끗 차이
올해 더 커진 '절세팁’
1. 월세 세액공제 10→12%
2. 간병비 전액 세액공제
3. 전통시장 지출비 공제율 30→40%
4. 도서.공연 지출비 공제율 15→30%
10여년 전 한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벌어졌다. 사전에 인사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했던 청문위원들은 깜짝 놀랐다. 후보자가 매년 납부한 세금의 70% 이상을 환급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때문이다. 당시 후보자는 3년간 총 2억원가량의 소득을 올렸는데 월급에서만 1990여만의 세금을 냈고, 연말정산에서 무려 1300만원 넘게 돌려받았다. 3년간 낸 세금이 총소득의 3%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증권저축과 연금보험 가입, 신용카드, 의료비, 기부금 공제 등 소득공제 대상을 최대한 활용했다.
신용카드 공제액은 한계치인 500만원까지 채워서 돌려받았다. 10원짜리 하나까지 탈탈 환급받은 그의 탁월한 능력에 국회의원들이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그는 당시 국세청장 후보였다.

[Money & Money] 稅테크를 몰랐던 어느 샐러리맨의 비애


세금은 누구나 내야 하는 것이다. 대신, 절약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라고도 불리는데 게으른 사람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눈먼돈이다. 절세와 탈세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이뤄지는 합법적인 세테크는 월급봉투만 보고 살아 가는 '직딩'(직장인)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길이다.

■알면 아끼고 모르면 낸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26.3% 수준이다. 국민부담률이란 1년간 국민들이 낸 세금에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같은 사회보장기금을 더하고 이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이다. 나라가 운영되도록 하는데 국민들이 얼마나 물질적 기여를 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문제는 26.3%라는 수치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월급을 받아보면 늘 하는 소리들이 있다. '연봉이 올라도 왜 받는 건 똑같냐'는 것이다. 그 해답이 여기에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해마다 국민부담률은 1%포인트씩 상승해왔다. ▶관련기사 27면

세테크가 절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세금을 줄여야지만 소득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탈세와 다르다. 세금이라는 것은 알면 줄일 수 있지만 모르면 더 많이 낼 수도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에서는 이 같은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모든 분야에 걸쳐 세금납부와 관련된 상담을 받는다. 이 가운데 모르면 더 많이 냈을 세금을 줄일 수 있었던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직장인 A씨는 시가 2억원 정도의 땅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상속세를 아끼고 싶었던 그는 납세자연맹으로부터 컨설팅을 받는다. 물려받은 땅을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가액은 6억5000만원으로 나왔다. A씨가 시가인 2억원을 기준으로 상속가액을 신고했다면 양도차익 4억5000만원에 대해 1억6000여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그는 감정가액인 6억5000만원으로 상속가액을 신고했고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 감정평가비용 100만원만 들었을 뿐이다.

몰라서 놓쳤던 환급을 다시 받을 수도 있다. 단, 5년 이내의 일이라면 말이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근로소득자들이 소득.세액공제를 놓친 경우에도 경정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5년 동안은 언제라도 과다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연봉 6300만원인 40대 여성직장인 B씨는 월세 65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것을 회사에 알리고 싶지 않아 공제를 누락했다. 그런데 환급액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지난해 총 164만원을 추가로 환급받았다. 일반 직장인에게는 쏠쏠한 금액이다.

2012년 연봉 4600만원을 받았던 근로자 C씨는 집주인과의 관계 때문에 월세 70만원의 월세공제를 신청하지 못했다. 그는 2015년 서류를 갖춰 2012~2013년의 월세세액공제를 세무서에 신청해 60만원을 돌려받았다. 모두 알지 못하고 넘어갔다면 그냥 놓쳤을 아까운 돈이다.

납세자연맹은 지난 2003년부터 '과거연도 환급도우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과거 놓친 연말정산 환급이 있다면 이를 통해 다시 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알아두면 좋다.

■올해가 더 중요하다

올해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돈 많이 버는 사람은 더 내고, 서민들은 덜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서민들은 무엇이 달라지는지 눈에 불을 켜고 살펴봐야 하는 시기다.

의식주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용이다. 요즘에는 비싼 전셋값에 부담을 느껴 월세로 신혼집을 마련하는 부부들도 많다. 이들에게는 세액공제가 중요하다. 무주택자이면서 총급여액이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지급한 월세액(연간 750만원 한도)의 세액공제액이 10%에서 12%로 오른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원쯤 되는 사람이 매달 월세를 50만원씩 지출한다면 내년부터는 세액공제가 72만원까지 늘어난다. 공제한도인 750만원까지 월세를 지출한다면 현재 75만원에서 15만원 늘어난 9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여기에도 혜택이 늘어난다. 미혼에 자녀가 없는 사람이 70세 이상 부모를 모시고 산다면 홀벌이가구로 인정받아 근로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소득기준은 1300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최대지급액은 85만원에서 200만원으로 각각 높아진다. 간병을 위해 부담하는 간병비도 기존에는 본인 부담액의 일정 비용만 세액공제를 해줬지만 내년부터는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도 전액 세액공제가 가능하니 이를 명심하자.

마트보다는 시장을 이용하면 세금을 더 줄일 수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전통시장에서 지출한 사용금액에 대한 공제율을 30%에서 40%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2018년 7월부터 도서를 구입하거나 공연관람을 위해 지출한 금액에 대해 공제율을 15%에서 30%로 인상하고, 공제액의 한도는 100만원까지 인정한다.
바쁘고 여유가 없어도 책도 보고 문화생활을 좀 더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얘기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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