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제주비엔날레 아쉬웠던 ‘첫 출발’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4 17:20

수정 2017.09.05 15:04

[기자수첩] 제주비엔날레 아쉬웠던 ‘첫 출발’

여행을 처음으로 떠난 사람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마음이 들떠서 떠나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에 여행지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이것저것 계획도 세우게 되는데 이 마음이 너무 커서 나중에 후회를 하고 만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했던 계획들이 오히려 큰 부담이 돼 여행의 본래 목적을 놓치게 될 때도 있다. 또 다른 후회는 꿈에 부풀어 정작 필요한 것들을 챙기지 못한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놓고 온 것들을 떠올리며 자책해도 지난 순간은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핵심을 놓친 후에야 '왜 여행을 떠나왔지'라며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지난 주말 제1회 제주비엔날레 현장을 찾았을 때, 이런 초행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제도 마침 '투어리즘'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올해 초 기획을 시작해 다른 유사한 행사들에 비해 조급하고 빠듯하게 달려왔다. 차라리 내년까지 여유있게 준비를 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개막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 많았다. 비엔날레 참여작가 몇몇과는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 설치를 강행하고 작품비를 일부만 지급하는 등 관례에 맞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개막식 당일까지도 일부 작품은 설치작업을 완료하지 못했고 작품을 설치해 놓은 공간 또한 설익은 모습이 보였다. 서귀포 모슬포항 근처 알뜨르 비행장에는 제주비엔날레를 알리는 부스 외에 다른 전시 소개 알림판조차 없었다. 드넓은 비행장에 흩뿌려진 듯한 작품들을 찾아가려면 지도나 가이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준비는 돼 있지 않았다.

제주비엔날레의 메인 전시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립미술관의 전시 구성도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위용은 좋았지만 1층 메인홀 한쪽 벽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한 한라산 풍경화를 보며 오히려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대한민국 제일의 관광지 제주에서 하는 첫 비엔날레이다 보니 주제 또한 '투어리즘'인데 '관세지광(觀世之光)' '에코투어' '어반투어' '다크 투어리즘' '이중섭' 등 다섯 가지 주제의 코스가 샐러드 볼 속 야채들처럼 따로 노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안쓰러웠다.
그런데 개막식 나흘 전 선정된 홍보대사와 정치인들에게 밀려 전시장 주변을 헤매던 작가들의 모습은 더욱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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