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취업

"스타트업 인사담당자가 '무물' 합니다"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4 19:55

수정 2017.09.04 22:19

국내서 처음으로 열린 스타트업 온라인 잡페어
펄어비스 등 12곳 참가.. 익명 댓글로 질문하면 인사담당자가 실시간 답변
새로운 채용 플랫폼에 구직자도 회사도 '만족'
Q. '야근이 심하게 많다더라, 새벽 4시에 야식시켜 먹더라'라는 글이 있던데. 평소에도 그렇게 '크런치 기간'(마감 직전의 중요한 기간)이 긴지 알고 싶네요.

A. 게임회사이다 보니 야근이 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원충원, 포괄 임금제 폐지 등을 통해 현재 무한야근 문화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야근시 수당을 지급해 드리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야근 문화 근절을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입니다.

Q. 몸이 안 좋아서 신입 인턴십에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신입 프로그래머 지원 기회가 많이 있을까요?

A. 내년 상반기에도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건강 빨리 회복하셔서 추후에 좋은 인연으로 만나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이 인터넷으로 익명으로 취업하고 싶은 회사.직무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직접 답을 해준 내용이다.


4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모바일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 달 29∼31일 '스타트업 온라인 잡페어(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잡페어에는 메쉬코리아, 버즈빌, 펄어비스, 센드버드, 미미박스, 티앨엑스(TLX) 패스 등 12곳의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국내에서 온라인 잡페어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물' 방식으로 진행된 온라인 잡페어

방식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형식으로 진행됐다.

채용 공고와 기업소개 게시글에 구직자가 익명 댓글로 질문을 하면 인사담당자가 실시간으로 답변을 진행했다. 각 기업 게시글에는 총 5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예비구직자들이 284개의 질문을 남겼고, 인사담당자들은 275개의 답변 댓글을 남겼다. 전체 조회수는 3만3246회에 이르렀다.

12곳의 기업 중에는 게임회사 펄어비스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4년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 '검은 사막'을 개발한 곳이다. 게임회사가 '21세기 오징어잡이배'라는 오명을 갖고 있지만, 펄어비스는 식사부터 미용, 피로회복까지 직원들의 업무 집중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질문을 하다보니 직무에 대한 질문부터 채용 과정, 기업 문화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자세하게 들어왔다.

모바일 잠금화면 플랫폼 버즈빌의 게시판에는 '프로덕트 매니저팀은 어느 정도로 구성돼 있고 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역량은 어떤 게 있나요', '버즈빌 기업문화가 외부에서 보기엔 상당히 좋아 보이는데 기업문화팀이 따로 있나요?' 등의 질문이 들어왔다.

버즈빌의 황혜원 매니저는 "오프라인에서 보다 채용관련 질문에 훨씬 더 심도 있게 들어왔다"며 "마찬가지로 기업담당자 입장에서도 더 상세하게 답변해줄 수 있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특성 살린 새로운 채용 모델 열릴 것"

스타트업 잡페어인 만큼 톡톡 튀는 게시글도 눈에 띄었다. TLX패스 인사담당자는 '티엘엑스 사무실 현상황.JPG, 진짜 야근강요가 없습니다('3')'라며 퇴근 전 사무실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참여기업인 메쉬코리아 인사담당자 등이 "우리 회사도 직원복지로 TLX 이용하고 있는데 직원들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전하며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TLX패스 송인선 사업부서장은 "함께 잡페어에 참여한 스타트업들과의 비교를 통해, 리쿠르팅 시장에서 티엘엑스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사무실에서 기존 업무를 진행하는 동시에 채용관련 질의응답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정확한 참여자 타겟팅이 만족스러웠다"고 강조했다.

잡페어에 참여한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행사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메시징 솔루션 스타트업 '센드버드'의 인사담당자는 "모바일 앱 알림이 올 때에만 대응하면 돼, 오프라인 잡페어에 비해서 운영하기가 무척 수월했다"며 "잡페어 게시물을 보시는 분들에게 채팅 등으로 추가적인 연락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잡페어를 준비한 블라인드의 김성겸 이사는 "이번 잡페어는 블라인드 플랫폼을 이용한 채용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첫 테스트였다"며 "타 채용 플랫폼과 같이, 공고를 게재하는 모델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채용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잡페어를 통해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블라인드 사용자들이 좋은 직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플랫폼을 고도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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