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세계수산대학 시범사업을 앞두고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5 17:11

수정 2017.09.05 22:37

[특별기고] 세계수산대학 시범사업을 앞두고

다른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행동이다.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는 그의 저서 '이타적 유전자'에서 이타성, 즉 '나눔'이 집단을 풍요롭게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1965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수산기술을 원조받아 경제성장의 기틀을 다졌던 한국은 이제 주변국에 우리의 기술을 나누는 나라로 변신해 지난 2015년 12월 FAO에 세계수산대학(World Fisheries University) 설립을 제안했다. FAO 회원국들은 우리나라의 제안을 한목소리로 환영했으며, 특히 선진 수산기술을 전수받아 자국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수산업을 기반으로 자국 경제를 도약시키기를 원하는 개도국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올해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부산에 위치한 국립 부경대학교에서 세계수산대학 설립을 위한 시범사업이 시작되며 9월 7일 그 첫발을 떼는 행사인 개원식이 진행된다.

세계수산대학의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총 30명으로, 2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모집했음에도 불구하고 34개국에서 129명의 학생이 지원해 4.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은 지원 목적으로 '모국의 굶주림 해결과 경제성장을 위한 방안 마련'을 꼽았는데, 이는 곧 세계수산대학의 설립 목적이기도 하다.

해양수산부는 시범사업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세계 각국의 석학들과 국제기구 사무국장 등이 교수진으로 참여하는 양식기술, 수산자원관리, 수산사회과학 전공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이와 별도로 15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단기 훈련과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FAO 사무국과의 협력사항을 구체화하고 보다 긴밀하게 협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범사업 협력에 관한 약정' 체결도 검토 중이다.

세계수산대학 시범사업이 막을 올린 만큼 우리나라 최초의 유엔 전문기구 본부가 될 세계수산대학이 차질 없이 유치될 수 있도록 정부와 부산시, 부경대학교 등 관계당사자들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FAO 회원국들이 시범사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진행과정을 꾸준히 공유해나가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범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9년 7월 열리는 FAO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의견에 따라 정식 설립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1983년 개교한 국제해사기구(IMO) 소속 세계해사대학(World Maritime University) 졸업생 4300여명 가운데 약 80%가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해사 분야 국제규범 제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듯이 세계수산대학 졸업생 또한 국제사회에서의 수산 분야 논의를 주도하는 핵심 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수산대학 설립을 통해 '세계 수산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글로벌 해양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그리고 세계수산대학이 도움을 받은 국가와 주는 국가 모두에게 머리에는 지식을, 마음에는 나눔의 씨앗을 심는 아름다운 이타적 유전자가 되길 기원해 본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