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또 나온 부동산 대책, 정부 너무 서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5 17:11

수정 2017.09.05 17:11

민간아파트도 분양가 상한.. 냉·온탕 정책에 수요자 골탕
정부가 8.2대책 후속조치를 5일 내놨다.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이르면 10월 말부터 시행한다. 또 기존 서울.과천.세종시에 이어 경기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8.2대책만으로도 너무 세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 칼을 꺼냈다. 9.5 후속조치도 끝이 아니다. 이달 중순엔 가계빚 종합대책이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전국으로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은행이 DTI 비율을 깐깐하게 조이면 선뜻 집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어 이달말엔 주거복지 로드맵이 나온다. 여기엔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미친 전세, 미친 월세'를 잡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말도 들린다. 9.5 후속조치는 주머니 속 대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민간주택에 분양가상한제를 더 쉽게 적용하면 두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먼저 '로또 아파트'가 나올 수 있다.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싸면 청약 광풍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분양가에 상한제를 두면 땅값에 건축비를 더한 가격 밑으로 분양가를 정해야 한다. 더 큰 걱정은 공급 축소다. 상한제를 적용하면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재건축에 흥미를 잃는다. 가격책정 기능을 빼앗긴 건설사들도 흥미를 잃기는 매한가지다. 8.2대책이 나온 뒤 공급축소 우려가 큰 마당에 분양가상한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9월 처음 시행됐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노 대통령 스스로 2004년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주저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며 논란에 불을 지핀 것도 바로 이때다. 결국 노 대통령은 분양가상한제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보수정부가 들어선 뒤 유명무실해졌다.

참여정부 이후 부동산대책은 냉.온탕을 오간다. 노 대통령이 꽉 조인 부동산 규제의 끈을 이명박 대통령이 느슨하게 풀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다 풀었다. 문 대통령은 다시 이 끈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조이려는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정책은 전 국민이 수요자다. 한쪽으로 쏠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성장률 저하도 신경 써야 한다. 차지도 덥지도 않게 적정한 온도로 시장을 유지.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문재인정부는 너무 서두르고 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