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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2018년 국가예산안 ‘유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6 17:11

수정 2017.09.06 17:11

[fn논단] 2018년 국가예산안 ‘유감’

내년도 한 해 국가의 살림살이 계획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번 예산안은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역대 정부와 차별화된다. 2018년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6%로 가정하고 있는데, 정부 재정지출은 2017년 대비 7.1% 증액안을 작성했다. 국가재정을 매년 7%씩 늘리겠다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대선 중 선심성 공약에 편승한 무리한 예산편성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GDP 성장률 이상으로 국가재정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논란은 차치하고 재정이 확대되면 이에 상응, 세입도 확대해야 하는데 2017∼2021년의 중기재정계획상으로 연평균 재정지출은 5.8% 증가하고 재정수입은 5.5% 증가시켜 0.3%포인트가량의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수지의 흑자요인을 제외하면 2028년 28조6000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GDP 대비 2.1% 규모인 44조3000억원 적자가 발생해 국가채무는 2017년 682조4000억원에서 내년에는 708조9000억원으로 늘어나고, 2021년에는 GDP 대비 40.4% 규모인 835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것도 국세수입이 2021년까지 매년 6.8% 증가한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어 세수가 계획대로 늘지 않으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는 더 커질 수 있다.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재정지출 증가율을 낮게 잡고 있지만, 기초연금 등 문재인정부의 복지확대 계획이 집권 후반기에 다수 배치돼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이 정도에서 억제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시된다.

분야별 재원배분계획을 보아도 일단 '쓰고 보자'는 느낌이 강하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2018년 12.9% 증액을 필두로, 2017∼21년 연평균 9.8%씩 늘려가는 데 비해 같은 기간 사회간접자본(SOC)은 연평균 7.5%씩 삭감하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5%, 농림수산식품 0.5%, 환경 1.6% 감소한다. 그동안 미흡한 것으로 인식되는 복지 예산을 과감히 늘린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지만, 너무 빠른 증가 속도로 인해 다른 분야 예산을 과도하게 위축시켜 예상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까 우려된다. 최근 지방세수가 양호하고,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 강화 등 분권정책이 국회에서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대 지방재정의 적절성을 세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8년 국가예산안은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초석이라 할 수 있다.
기초연금 증액, 아동수당 신설 등 굵직한 재정소요를 충당하고자 SOC, 연구개발(R&D) 등 경제개발 예산을 최대한 억제하고 기존 복지예산 중에서도 1조4000억원을 감축하는 등 '없는 살림'에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 예산당국이 각고의 노력을 한 것은 이해되지만 적자에 기초한 재정확대 편성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가 옥석을 가리면 되겠지만, 당리당략과 내년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이른바 '쪽지예산' 등으로 예산안이 오히려 혼탁해질까 걱정되기도 한다.
미래까지 생각하는 엄격한 국가예산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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