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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채찍과 당근' 대북, 대러 메시지 동시발신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7 16:02

수정 2017.09.07 16:02

문재인 대통령의 첫 러시아방문은 대북정책에 대한 보다 큰 그림을 제시한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핵문제에 있어선 대북 압박기조에 선명성을 더하는 한편 대러시아 외교를 통해 남.북.러 3각 협력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채찍과 당근'을 제시했으며, 북한 문제 키맨인 대러시아 외교에 있어선 북핵문제 해결 역할을 촉구하는 한편 국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유라시아 경제협력이란 '두 마리 토끼 잡기'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대북, 대러 메시지를 한번에 동시에 발신한 것이다. 사실상의 한·러 자유무역협정(FTA)로 일컬어지는 한·유라시아경제연합(EAEU)FTA 협상개시를 한 발 앞당긴 것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물론,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의 신(新)북방정책을 추진하기엔 "악조건이 너무 많다"게 상당수 유라시아문제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와 미.러간 긴장관계 등으로 인해 초대형 사업을 추진하기엔 제약요건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대러시아 외교를 강화함으로써 한.미.일 3각 협력에 한발 다가감으로써 코리아 패싱 문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대러시아 '세일즈'행보
문 대통령은 7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전력망 연결사업(동북아 슈퍼그리드), 유라시아 철도연결사업이란 초대형 프로젝트부터 한국 조선업종의 수주 숨통을 틔워줄 액화천연가스(LNG)선 세일즈, 연해주 수산물 가공 복합단지 조성 등 사업까지 망라한 한.러간 협력사업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코리아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현재로선 여전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미·러간 긴장관계가 걷히지 않은데다 북핵문제 등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엔 악조건이 많으나, 한국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방러 활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 및 동방경제포럼과 맞물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러시아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겸 극동전권대표가 수석대표로 나선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 구체성있는 논의를 전개한 것도 경제활로를 확보하기 위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송영길 대통령직속 북방경제위원회 위원장(부총리급)도 대동한 것도 북방개발에 대한 강한의지를 대변하는 부분이다.

일명 한·유라시아 FTA역시 양국간 협상개시를 위한 실무진을 구성키로 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다. 전날 한·러 정상회담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예정에도 없던 문 대통령과 회담당 주변 해변가인 '극동거리'를 산책하자고 제안한 것도 문 대통령의 북방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러시아 측의 기대감을 방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1800년대 제작된 조선시대 검(劍)을 선물하는 등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개발에 관심을 표명한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이 검은 조선시대 문화재로 1950년대 미국인에 의해 반출됐다가 러시아인이 사들인 것을 러시아 정부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공조는 '머나먼 길'
북방개발 등 경제협력과 달리 북핵공조는 여전히 냉랭한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북원유공급 중단 등 대북 경제 봉쇄령을 요청한 문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제재만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답해 북한에 대한 최고도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 북한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걸어나오게 하겠다는 한·미·일의 구상과는 큰 간극을 보였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대북원유공급 중단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입장에도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한·미, 한·미·일간 공조체제 구축강화에 기여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미·일간 대화를 강화하면서 소위 '코리아 패싱' 문제도 불식시킬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러외교 강화를 통해 한·미·일과 북·중·러라는 대결구도를 완화시킬 여지를 만들어놓은 점 역시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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