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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약물유전체검사, 한번 검사로 특정 약물 민감성 파악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7 17:10

수정 2017.09.07 17:10

(29) 약물유전체검사
평생 효과적인 藥 처방 도울 수 있어
녹십자지놈 연구원이 환자의 혈액으로 약물유전체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지놈 연구원이 환자의 혈액으로 약물유전체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질환을 앓고 있어 약물을 복용했는데 내 몸에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요. 최근에는 '약물유전체검사'로 약이 내 유전자에 맞는지 검사하는 방법이 나왔습니다.

녹십자지놈 최종문 전문의는 "약물유전체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약물을 처방할 수 있게 되면 약물 부작용이나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약물유전체검사는 환자의 유전자형 특성을 파악해 가장 최적화된 약물을 처방하도록 돕는 맞춤치료입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형이 CYP2C9*1/*1인 경우 클로피도그렐(항혈전, 혈소판응집억제제) 약제에 대해 표준용량 및 용법이 권장됩니다.
하지만 유전자형이 CYP2C9*1/*17 또는 *17/*17인 사람은 효소 활성이 높아서 클로피도그렐의 대사가 증가하므로 표준 용량을 복용할 경우 출혈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김모씨의 경우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아 약 3개월 동안 당뇨병 약제를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3개월 후 시행한 추적검사에서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줄어들지 않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에 의료진은 다른 약물로 처방을 바꿔 혈당 수치를 낮추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약물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발간한 '의약품 안전정보 보고동향'에 따르면 국내에서 의약품 부작용으로 보고된 건수가 2012년 9만2375건에서 2016년 22만8939건으로 최근 5년간 3배가량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의약품은 시판 전 임상시험 과정에서 약물효과와 부작용, 안정성 등을 검토하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몇몇 사람에게는 이상증세를 유발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작용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암피실린과 같은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 많은 사람에게 복통이나 현기증,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것처럼 의약품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두번째는 페니실린을 복용한 몇몇 환자에게만 알레르기로 인한 쇼크나 피부 반응 등이 나타나는 것처럼 환자의 개인적 특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세번째는 빠른 치료효과를 위해 약물을 과다 투여하는 등 용량과 용법에 맞지 않게 약물을 복용했을 때도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예전에는 개인의 특성에 의해 약물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 전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체를 분석해 특정 약물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형을 확인하는 '약물유전체검사'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약물의 부작용을 막고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자주 걸리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소화기질환, 염증질환, 순환기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아테노롤, 메트포민, 아토르바스타틴, 오메프라졸, 와파린, 로잘탄, 암로디핀, 세레콕시브와 같은 약물의 유전체검사를 실시하는 게 좋습니다.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검체로 유전자형을 분석하는 약물유전체검사는 약물의 대사와 연관성이 높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검사해 생체 내 약물 반응을 사전에 예측합니다.
한번의 검사만으로도 평생 특정 약물에 대한 민감성 및 저항성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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