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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新북방정책’]‘발등의 불’ 북핵 해결에 집중.. 韓·日정상, 과거사 봉합 시사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7 17:31

수정 2017.09.07 17:31

韓.日 정상, 50분간 회담.. 위안부 등 ‘안정적 관리’
양국 현안 수면 아래로.. 아베, 文대통령 訪日 요청
문재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조은효 기자】 '발등의 불'인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 봉합을 시사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그에 앞서 불편한 한.일 간 관계회복부터 우선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현지시간) 오전 9시30분부터 약 50분간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을 갖고,북한에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등 북핵공조 방안을 논의하면서, 한.일 위안부협정 등 과거사 문제는 "안정적으로 관리하자"는 방침을 정했다. 북핵문제가 양국 간 현안의 우선순위가 되면서 한.일 위안부협정 등 과거사 문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핵, 한·일 공조 절실

문 대통령은 회담 시작 직후 모두발언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일 공조가 더욱 절실해졌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 역시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중대하고 긴급한 위협"이라며 "한국과 일본, 한.미.일 간에 앞으로도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지금은 대화보다는 북한에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포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북한의 우방이자 안보리 거부권을 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더 악화돼 통제불능의 상황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반드시 포기하도록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으로 가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번 유엔 안보리 결의 시 북한이 추가로 도발할 경우 새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더 강력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중.러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런 내용의 양 정상의 발언을 전하며 "한.일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 안정적 관리'의 의미에 대해 윤 수석은 "위안부문제.강제징용 등의 문제가 있는데 양국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발목 잡히지 않도록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현안들을 관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이 요구하는 '소녀상 철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 문제는 당장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문제를 양국 현안에 가장 큰 이슈로 부각시키는 건 현재로선 적절치 않으며,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동북아 전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대다수가 위안부 합의를 정서적으로 공감하지 못한다"고 언급해왔던 것과 사뭇 대비되는 부분이다. 현재 외교부에서 가동 중인 일본군 위안부 합의문제 검토 태스크포스(TF) 활동 역시 이런 기류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도발이 결국 일본과 과거사 도발을 덮어버린 모양새가 된 것이다.

■韓, 과거사 봉합 왜

급조된 봉합은 불완전하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등으로 '미래지향적 관계 지향' 약속이 공염불에 그친 게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한.미.일 3각 공조체제 틀로 들어가 미국, 일본과의 대화수준을 끌어올려야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이란 원칙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보고 과거사보다는 안보가 우선이라는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수석은 이번 회담의 분위기에 대해 "매우 좋았다. 양 정상 간에 이견이 없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양국관계가 근래 들어 가장 좋은 관계로 가는 것 아닌가 관측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한·일 정상 간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일본 정부가 추진중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하며, 그에 앞서 문 대통령의 일본방문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을 요청하며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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