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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총재 "한국, 노동시장 남녀 격차 줄이면 GDP 10% 늘어날 것"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7 17:35

수정 2017.09.07 21:56

IMF.기재부.한국은행.피터슨연구소(PIIE)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 국제회의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성 악화
여성노동력 비율 높여야.. 印 27%·日 9% 늘릴 수 있어
R&D 활동에 세제혜택 제공.. 인프라·교육 개혁 투자 필요
이주열 한은총재 경고.. 확장적 통화정책 장기화땐 건정성 저해·금융불균형 누적
7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년 기획재정부-한국은행-IMF- 피터슨연구소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아담 포슨 피터슨연구소장(왼쪽부터)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7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년 기획재정부-한국은행-IMF- 피터슨연구소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아담 포슨 피터슨연구소장(왼쪽부터)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여성 간 성별 격차를 메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7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IMF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피터슨연구소(PIIE)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행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재정.통화정책의 확장적 운용이 장기화하거나 과도하면 금융 불균형을 누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별 격차 해소, 저성장 해결책

이날 행사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아시아 주요국 생산성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 중국, 일본, 태국과 같은 국가들은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생산성 증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까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총재도 공통된 의견을 냈다. 그는 "인구 고령화 대응에 실패한다면 기조적 저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이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 해소다.

라가르드 총재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효과가 있었던 방안은 여성노동력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를 메우는 것으로 GDP를 일본에서 9%, 한국에서 10%, 인도에서 27%가량 더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도 "아시아의 경우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빠른 데다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며 "고령자는 물론 청년, 여성 등의 경제활동 참가를 위한 노동 관련 제도를 개편하는 한편 출산율 제고를 위한 사회.교육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연구개발(R&D) 활동에 세제혜택을 주고 교육개혁과 기반시설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이 총재도 "규제완화를 통해 공정경쟁을 촉진하고 R&D 투자를 활성화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양적성장에서 벗어나 질적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가르드 총재는 "기술혁신을 조성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라며 "R&D에 대해 세금혜택을 제공하고 인프라와 교육개혁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확장적 통화정책 장기화, 금융불균형 불러

이날 행사에서 이 총재는 아시아 경제에서 재정통화정책의 확장적 운용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과도하면 금융 불균형을 누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환영사에서 "수출 주도 성장에서 수출과 내수 간 균형이 잡힌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수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거시경제정책이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재정.통화정책의 확장적 운용이 자칫 장기화하거나 과도하게 되면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고 금융 불균형을 누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환영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불균형 장기화의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다. 지난 2008년 이후 우리나라도 불균형이 쌓여왔고 대표적인 것이 가계부채다"라면서도 "그러나 다행히 외환건전성이 좋다. 특히 은행에서의 외환건전성이 좋은 것이 우리나라에 대한 신용도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가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만큼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상향조정 여부가 관심을 끌게 됐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연 1.25%)에서 14개월째 동결되고 있다.

또 이 총재는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금융시장에 충격이 크다면 실물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포용적 성장 기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포용적 성장을 더욱 촉진할수록 더 많은 이득이 생긴다.
특히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크고 확산 중인 나라들에서 성장의 혜택이 더 넓게 나뉠 때 성장은 더욱 강력하고 지속력도 늘어나며 회복력도 향상된다"며 "한국 국회는 최근 노인수당, 구직청년 보조금, 실업수당 인상 등을 포함한 예산안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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