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라

야구장에 가면 당연하면서도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나온다. 견제 야유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구단에는 공격 시 투수가 주자를 견제할 때 하는 야유 문구가 있다. 팬들은 "그러면 안 되지, 앞으로 던져라, 날 새겠다, 그만해라" 등의 야유로 투수를 압박한다. 그러나 공격과 수비가 바뀐다고 견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공수가 교대하면 견제 야유의 공수도 바뀔 뿐이다. 상대팀을 압박하기 위한 응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우리도 결국 견제할 텐데 야유까지 할 필요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4개월 전 국회의 공수가 교대했다. 9년 만에 여야가 바뀐 것. 그리고 정권 교체 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다. 현재 정기국회는 파행 중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 장외투쟁을 하고 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지난 2008년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찾아내 '홍적홍(홍준표의 적은 홍준표)'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는데, 제1야당이 정기국회에도 민생을 외면한 채 정치투쟁만 일삼는다"고 야당을 압박한다. 9년 동안 본인들이 들었던 '견제 야유'를 그대로 갚아주고 있다. 이런 정치 공방에 '일하는 국회'라는 구호는 공염불이 돼 간다. 중소.벤처기업을 취재하는 기자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계류 법안을 살펴봤다. 총 379개의 법안이 잠들어 있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위한 법률 제.개정안은 84개가 계류 법안으로 남아 있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법안은 이들의 생존권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안들이다. 그럼에도 개원 이후 16개월 동안 84개 법안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건의해 온 중소기업.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관련' 법안은 지난해 6월 발의된 이후 지속적으로 비슷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야구에서 주자 견제와 견제에 대한 야유는 경기의 일부다. 그래도 두 팀이 경기는 하고 있으니깐 이런 일들도 벌어진다. 국회에서 싸우고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정치의 과정이다. 생각이 다른 정당들이 어떻게 모든 사안에 동의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왕 싸울 거면, 국회 안에서 싸우자!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