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고위공직자 병역만큼 무서워진 ‘주식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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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여부가 고위 공직 진출에 관문 역할을 했었다. 본인은 물론 아들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경우 여기에 특혜라도 있었다면 낙마는 물론이거니와 여론의 질타를 각오해야 했다.

멀게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명예총재가 아들에 대한 병풍 의혹을 받았으며 가깝게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청문회에서 아들의 군면제 의혹이 불거졌다가 해소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의혹 중에서도, 특히 병역 문제에서만큼은 민감했다. 남북이 나뉘어 있고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병역의 의무가 뒤따르는 만큼 군입대 여부는 고위 공직 진출을 위한 기본 잣대가 돼 온 셈이다. 그래서인지 고위 공무원 자녀 사이엔 군대를 다녀오면 "난 아버지 장관 나갈 수 있도록 효도했다"며 소임(?)을 다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렸다.

세월이 변했는지 이 기준도 변하는 듯하다. 과거에는 군대였다면 최근에는 주식시장이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였던 이유정 변호사는 코스닥.비상장 주식 투자로 거액의 이익을 거둬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에 휩싸이며 결국 낙마했다.

이 후보자는 "주식거래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법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름을 말씀드린다"면서도 "그런 의혹과 논란마저도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자진사퇴 이유를 들었다.

주식을 고위 공직의 잣대로 만든 것은 사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때다. 안랩 설립자이기도 한 안 대표는 대선후보로 거론되면서 안랩 보유주식에 대한 백지신탁 여부가 화두가 됐다.

공직자가 회사에 이득이 될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다는 다른 당의 공격에 안 대표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백지신탁을 하겠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재임기간에 재산을 공직과 무관한 대리인에게 맡기고 절대로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백지신탁 문제는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의 상징성이 담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신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에 현장 출신의 성공한 기업인을 선호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접촉한 기업인들은 장관직을 수락할 경우 백지신탁 제도 탓에 대부분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2~3년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은 좋지만 이후 기업으로 복귀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신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에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를 지명했다.
하지만 나비효과 탓인지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백지신탁 탓으로 장관직을 고사한 기업인이 40여명에 이른다고 하니 앞으로도 고위 공직 진출을 위해선 군대 전역 못지않게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테크 수단인 주식이 고위 공직 진출의 잣대로 활용되니 세상 변화에 놀라울 따름이다.

kjw@fnnews.com 강재웅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