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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바보들의 新사회주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08 17:40

수정 2017.09.08 17:40

브래드포드 디롱 美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세계 석학에 듣는다] 바보들의 新사회주의

주류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세계화는 '모든 보트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소득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세계화는 대규모 소득재분배를 낳고, 작은 장벽을 제거하더라도 이에 따른 순이득에 비해 더 큰 규모의 재분배가 일어난다.

세계화는 또 운송비와 통신비를 낮춰주는 기술진보를 통해 세계가 점점 더 서로 연관되는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물론 이런 형태의 세계화는 외국 생산업자가 더 낮은 비용으로 먼 곳에 있는 시장에 재화와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지만 이는 또한 수출시장을 열고, 다른 측면에서 비용절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왜 21세기에 세계화에 대한 강한 정치적 저항이 있는 것일까. 네 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인들이 그 나라 문제의 원인이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과 이민자에게 있다고 비난하는게 쉽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이다. 1890년으로 돌아가보면 합스부르크 왕가 정치인들은 늘상 유대인들을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오스트리아 반체제 인사인 페르디난드 크로나베테르의 유명한 지적처럼 "반유대주의는 바보들의 사회주의"였다. 지금의 반세계화도 다르지 않다.

둘째, 선진국들에서 한 세대 넘게 불평등과 기대를 밑도는 경제성장률이 이어지면서 정치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그 희생양이 전에 없이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왜 한때 약속받았던 번영을 놓쳤는지, 왜 부유한 특수계층과 나머지 모든 이들 간에 격차가 크고 점점 더 벌어지는지에 대한 간결한 설명을 원하고 있다.

셋째,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선진국들이 완전고용 달성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와 일치했다는 점이다.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와 앤드루 멜런의 후학들이 늘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경제적 재조정은 파산으로 인해 생산성이 낮고 수요가 적은 산업으로부터 노동과 자본이 빠져나올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호황으로 노동자 자본이 생산성이 높고, 수요가 높은 산업으로 빨려들어갈 때 일어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는 그저 개방되고 경쟁적인 시장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변화와 물가안정을 필요로 한다. 이는 또한 1920년대와 1930년대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경고했던 것처럼 완전고용, 반영구적 호황을 토대로 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수십년간 신자유주의 질서는 이 가운데 그 어떤 조건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아마도 최고의 정책이 취해진다 해도 불가능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넷째, 정책담당자들이 이 같은 실패를 보상하는 더 적극적인 사회정책과 경제.지리적 재분배를 펴는 데 미흡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뉴요커들에게 그 지역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으라고 했을 때 그는 그저 선진국의 과거 세대 중도우파 정치인들이 했던 말을 되풀이한 것일 뿐이다.

선진국들이 현재 처해 있는 정치·경제적 딜레마들은 1920년대, 1930년대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인스가 당시 지적했던 것처럼 열쇠는 완전고용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는 다른 대부분 문제들이 녹아 사라질 것이다.

오스트리아계 헝가리 경제학자인 칼 폴라니가 주장했듯 사회경제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사람들은 건강한 공동체에서 살고, 안정적 일자리를 가지며, 시간이 지나면 동반 상승한 적정한 수입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권리로 간주되는 것들은 신자유주의의 왕국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부동산 권리와 희소자원에 대한 권리 등으로부터 자연적으로 파생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금융위기와 선진국 '대공황' 이후 10년이 지났다. 각국 정부는 여전히 그 사건들의 상흔을 어루만지지 않고 있다.
하루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바보들의 '무슨무슨 주의'는 앞으로 수십년간 세상을 파괴할 것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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