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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임금 제자리인데 노동소득 개선?…한은, 소득지표 손본다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0 17:42

수정 2017.09.10 22:33

작년 노동소득분배율 최고.. 세계 주요국들은 하락추세
자영업자 폐업 따른 ‘착시’.. 자본소득 안늘어난 영향도.. 1인 자영업자 가중치 보정
[단독] 임금 제자리인데 노동소득 개선?…한은, 소득지표 손본다

[단독] 임금 제자리인데 노동소득 개선?…한은, 소득지표 손본다

한국은행이 국내소득에서 근로소득(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공식지표인 '노동소득분배율' 손질에 나선다.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지표상의 소득분배는 꾸준히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체감과는 괴리가 크다는 인식에서다. 근로자들이 일해서 얻는 임금은 몇 년째 제자리인 가운데 경영악화로 문을 닫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속출한 탓에 통계에 착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도 근로소득(피용자보수)과 자본소득(영업잉여)이 함께 반영되는 자영업자의 특성을 감안해 소득 보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노동소득분배율도 하락세 전환이 유력하다.

10일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수가 굉장히 많은 데다 1인 자영업자도 많아 영업이익과 임금의 경계가 애매하다"면서 "과거에는 기업 영업이익 증가분보다 임금상승률이 높았지만 영세자영업자 폐업이 늘어나 노동소득분배율에 착시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세원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지만 항목별 비중을 차별화해 적용하는 등 노동소득분배율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은이 집계한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은 전년(63.2%) 대비 0.8%포인트 상승한 64.0%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3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노동소득분배율은 피용자보수와 영업잉여를 더한 값을 피용자보수로 나눈 지표다. 지난 2010년 59.1%를 기록한 이래 6년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겪고 있는 1990년대 이후의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세와 대비되는 흐름이다.

해당 통계만 보자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진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 저성장 장기화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분모 항목인 자본소득 증가세도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계층간 소득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즉 국가경제의 파이가 커지는 대신 자본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낮아지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은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피용자보수(근로소득)는 전년 대비 5.4% 올랐다. 통상 피용자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취업자 수의 영향으로 한순간에 급격히 낮아지지 않고 일정한 증가세를 나타낸다. 반면 영업잉여 증가율은 지난해 2.2%에 그쳤고, 2012년에는 -0.8%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경영위기 이후 둔화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영세자영업자가 급증하는 현실을 해당 통계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영업자는 자본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해당되지만 현재 한은은 자영업자의 소득을 모두 자본소득으로 반영해 통계를 산출하고 있다. '사장'인 동시에 '직원'인 1인 영세자영업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통해서만 소득을 얻는다는 점에서 노동소득에 더 가깝다.

특히 경기불황과 과잉경쟁 등으로 자영업자 폐업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자본소득 증가세는 더욱 주춤하는 추세다. 올해 2.4분기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67만명으로, 600만명을 넘어서던 2006년과 비교해선 줄어들었다. 창업기업(2013년 기준) 가운데 1년 후 살아남은 생존기업 비율은 62.4%였지만 3년 생존율은 38.8%로 뚝 떨어졌다는 결과도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생계형 창업이 급증한 탓이다. 국세청 조사 결과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0만9202명으로, 전년 대비 15.1%나 늘어났다.

이미 민간 연구기관과 학계 등에서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이 혼재된 자영업자들의 소득 측정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영업자 소득의 3분의 2는 노동소득으로, 3분의 1은 자본소득으로 계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은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소득분배율이 70.93%로 1993년보다 5.54%포인트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한은의 노동소득분배율 공식통계를 기반으로 자영업자들이 벌어들이는 소득 중 일부를 노동소득으로 간주해 통계를 보정한 것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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