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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후분양 제안 왜.. "강남 재건축 사업성 높아 유리"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0 17:45

수정 2017.09.10 17:45

반포주공 1단지.신반포15차 GS.대우건설 후분양 제안
분양보증 안 받아도 되고 일반분양가 높일 수 있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유리
건설사 재무구조에는 부담
건설사 후분양 제안 왜.. "강남 재건축 사업성 높아 유리"

"계산기 다 두드려보고 승산이 있으니 (후분양을) 꺼내는 것이겠죠." 강남 재건축 시장에 느닷없이 등장한 후분양에 대한 건설업계의 반응이다. 단순히 사업 수주가 목적이 아니라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후분양의 사업성에 오히려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절대 안된다던 후분양, 꺼낸 이유는

10일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이 추진 중인 반포주공 1단지와 신반포15차에 GS건설과 대우건설이 각각 후분양을 제안했다. 후분양은 아파트 건설공정이 일정 수준을 지난 후 분양에 나서는 것으로 2004년 도입 당시 공정의 40%, 60%, 80%가 제시됐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금융비용과 사업 리스크가 커져 분양가가 크게 상승하게 되고 자체 사업을 수행할 자본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사업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도입을 반대해 왔다.

이처럼 절대 불가하다는 후분양 카드를 스스로 꺼낸 배경은 재건축이라는 사업의 특성과 규제가 쏟아진 시장상황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에서는 일반 분양가가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 기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달라진다. 기존 조합원에게는 분양가가 높을수록 이득이다. 하지만 주택도시금융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으려면 기존에 분양했던 아파트 가격 이상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없고, 10월 말부터는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이 완화돼 서울지역에서는 언제든 시행이 가능하다. 조합원들로서는 사업에 따른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되니 일단은 피해보자는 것으로, 훗날을 도모하자는 개념"이라며 "재건축사업장, 그것도 서울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가격이 버텨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후분양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자체보증 땐 건설사 부채비율↑

재건축사업에서 후분양이 가능한 것은 건설사들의 금리부담이 낮다는 점도 작용한다. 건설사들은 아파트 시공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조달하는데 지난 2014년 표준 PF금리가 도입되며 부담이 줄었다. 현재 표준 PF금리는 CD 3개월물 금리(1.38%.9월 17일 기준)+1.81%포인트로 3%대 초반이다. 신용등급이 높으면 금리부담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

재건축의 경우 조합원 분담금으로 사업비를 일부 덜 수 있다는 점도 이유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다면 PF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지난 2015년 후분양으로 주목을 받은 GS건설 신금호파크자이는 1156가구 중 일반분양은 84가구에 불과했다.

다만 건설사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후분양의 경우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고 시공사 자체보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자체보증을 하게 되면 보증금액만큼 부채로 잡힌다"면서 "후분양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후분양제 법안을 추진하던 국회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후분양제는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통적으로 들고 나온 공약이기도 하다.
현재 후분양제 관련법안은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과 윤영일 의원이 각각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두 의원 모두 전체공정의 80%가 지났을 때 분양을 하도록 했다.


정동영 의원실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정부의 규제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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