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 Money] 내게도 '사이버 PB'가 생겼다

은행권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맞춤 자산관리 해주고, 노후자금 불려주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시대적 요구로 인해 은행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로보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소비자의 성향에 맞춰 개인 자산 운용의 방향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마무리한 '제1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결과, 34개 참여 업체에서 제출한 42개 알고리즘 중 28개가 심의를 통과했다. 여기에는 KB국민, NH농협, 신한, 우리, IBK기업은행 등의 로보어드바이저가 포함됐다.

■은행들 앞다퉈 서비스 개시

우리은행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별 정보와 성향에 적합한 최적의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우리로보-알파'를 출시했다.

'우리로보-알파'는 금융위가 실시한 테스트베드에서 연 4.52%의 평균수익률을 기록했다. 고객의 정보와 투자 성향을 분석해 고객별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진단해 우리은행 뱅킹앱 '위비톡'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용자에게 관리 내용을 전달한다. 이용자는 영업점.인터넷뱅킹.스마트뱅킹 등 전 채널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차별화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향후 국민은행은 △빅데이터 관리 및 데이터 송수신 관리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통한 자산관리 시스템 마련 △콘텐츠 및 프로세스 신규 개발 등의 단계를 거쳐 타 은행과 차별화된 로보어드바이저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하이로보(HAI Robo)'를 내놨다. 하이로보는 하나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출시한 로보어드바이저 '사이버PB'를 기반으로 했다. 추천 포트폴리오에는 과거 수익률과 변동성 외에도 자산 분산도.비용 효율성.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아울러 지난 4일에는 SK텔레콤과의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생활금융플랫폼 '핀크(Finnq)'도 출시했다. 핵심서비스 중 하나인 '핀고(Fingo)'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챗봇(Chatbot)이다. 이용자는 핀고와의 채팅을 통해 본인 소유의 은행계좌와 카드 사용내역을 분석해 평소에 잘 몰랐던 지출 습관과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본인에게 적합한 금융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핀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빅데이터 혁신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했다"며 "금융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소비에 익숙한 세대들의 소비 생활을 진단하고 건전한 자산형성을 돕는 금융혁신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자산관리도 로보어드바이저로

NH농협은행의 'NH로보-프로(Pro)'는 국내 최초로 퇴직연금 자산운용과 은퇴설계 기능을 연계한 로보어드바이저다. 고객 연령과 소득수준, 금융자산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 최적의 퇴직연금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NH로보-프로는 금융위의 테스트배드에 참여한 5개 시중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중 유일하게 외부 전문업체와의 협력 없이 자체 개발한 서비스다. 때문에 이용자 불편 사항이나 시스템 문제 개선 등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NH로보-프로는 연금설계 시뮬레이션 결과를 퇴직연금 자산배분에 연동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알고리즘의 추가 고도화를 통해 향후 비대면 서비스로의 적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 대상의 확대에 맞춰 로보어드바이저 퇴직연금 자산관리 시스템 '퇴직연금 엠폴리오(M-Folio)'를 내놨다. 퇴직연금 엠폴리오는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에 따른 '로보 제안'과 신한은행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제안이 담긴 '전문가 제안'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의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함과 동시에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의견과 비교.분석하며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포트폴리오 시뮬레이션 후 상품가입까지 바로 가능하며 수익률을 집중관리 서비스와 시장상황 변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이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엠폴리오 출시를 통해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형)과 IRP 가입고객 모두에게 신개념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은퇴 후 삶을 지켜주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