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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슈뢰더 前 獨총리, 文정부 北대화-제재 병행기조 '긍정적'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1 14:56

수정 2017.09.11 14:56

丁의장과도 대담, 연정 등 논의 
방한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최근 북핵실험 등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제재·대화 병행' 기조에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재단법인 여시재 공동주최로 개최된 강연에서 "북한은 가차없이 위협하지만 한국은 계속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 조건을 갖추면, 다시 말해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며 "힘겨운 길이겠지만 이 입장이 고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前 독일 총리 "北대화 기조 유지돼야"
한반도 핵위기 고조 해법의 하나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권에서 '핵 무장론', '전술핵재배치'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화·제재 병행 기조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는 "북한의 수소탄 실험으로 북한 핵 문제는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돼 동북아 전체의 안전과 평화가 위협받게 됐다"며 "국제사회는 강도높은 추가 제재를 고려해 북한이 돌아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재 필요성에 공감했다.

북핵 해법에 대해선 "굉장히 특별한 방식을 통해 가능하다"며 "미국, 러시아, 중국 3국이 공동의 전략을 갖고 북한에 대응해야 하고, 이 전략은 한국이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3개국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북한에) 정치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그것이 확실하다고 확신드릴 수는 없지만 이런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국은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협력을 통해서 러시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너무 어려운 질문이어서 확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와 관련해선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 것이 대화 재개의 시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 의지가 중요하고 북한의 의지도 같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인지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어느 날 평화통일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에는 멀리 있는 환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화적이고 국가적인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고 평가했다.

丁의장, "국가안보 등에서 초당적 협력" 강조
슈뢰더 전 총리는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대담에선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해서 추진될 수 있는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정 의장은 여당과 야당이 개혁작업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 있다면 국가가 주도해 국익을 위해 추진해야 한다"며 "독일의 경우에도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를 수년간 설득하지만 실패해 (결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혁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혁의 긍정적 결과는 3~5년 뒤에야 나타나는데, 국민은 그 전에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다"며 "국익을 위해 선거에서 실패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정권을 잃거나 정치적 입지를 잃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익을 위해서라면 선거에서 실패하는 것이 낫다. 그게 장기적으로 승자가 되는 길"이라며 "독일에서도 야당이 개혁안인 '어젠더 2010'을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정권을 잡은 후에야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을 활용해 많은 사람에게 개혁의 의미를 소개해야 한다. 국회의장으로서 부드러운 압력을 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연정 경험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 연정과 비슷한 형태로 협력이 가능할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장은 "독일과 달리 한국은 양당제가 익숙하다. 하지만 이제는 5당 체제가 되며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다"며 "우리 의원들도 대연정이나 소연정에 대해 고심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슈뢰더 전 총리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구한 것처럼 국회도 정파를 초월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영원한 여당도, 영원한 야당도 없다. 장기적 차원의 국가적 과제, 국가 안보 등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담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심재권 외통위원장, 우상호 전 원내대표,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우 전 원내대표는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대화의 물꼬를 만든 것처럼, 슈뢰더 전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최고 지도자를 설득해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해달라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대담전에 '택시운전사'의 모티브가 됐던 실존 독일 언론인 힌츠 페터 얘기를 꺼내자 슈뢰더 전 총리는 "오늘 오후 영화를 관람할 예정"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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