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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돈이 새는 구멍을 막는게 우선이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1 17:30

수정 2017.09.11 17:30

[차장칼럼] 돈이 새는 구멍을 막는게 우선이다

"여보, 우리도 둘째를 낳을까. ○○이 외롭지 않게 동생 만들어주고, 국가정책에 부응하는 일이기도 하고. 일거양득(一擧兩得)이니 좋지 아니한가."

"당신, 지금 제 정신이야. 애 하나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이 얼만데 그런 물색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다신 말도 꺼내지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소리에 아내는 벌컥 화부터 냈다. 졸지에 생각없는 '철부지 남편'이 되고 말았다. 아내의 일장연설이 30분가량 이어졌지만 내 정신은 이미 딴나라로 가버린 후였다.

사실 7년여 전 결혼할 당시만 해도 '적어도 아이 둘을 낳아서 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아내도 형제가 여럿이어서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 꿈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이를 키우는 데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월급의 4분의 1이 아이를 위해 쓰인다. 정작 나를 위해 쓸 돈은 '개미 눈물'만큼이다. 8년 전 금연에 성공한 내 자신이 요즘처럼 자랑스럽게 느껴진 적이 없다.

비단 우리 집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자기 밥숟가락은 물고 태어난다'는 말은 옛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다들 비싼 집값과 전셋값에, 비싼 사교육비에 허리가 휠 지경이란다. 이런 마당에 아이를 더 낳는 건 사치에 가깝다. 실제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서울에서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0.3배에 이른다. 서울에 사는 가계가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고 10년을 넘게 모아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2016년 사교육비 총액은 18조1000억원으로 1인당 평균 월 25만원 수준이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8만원, 고등학생은 약 50만원으로 올라간다.

많은 사람들이 저출산.고령화를 걱정한다. 단순히 휴일을 더 보장해준다고 아이가 생길까, 소득이 조금 더 늘어난다고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릴까. 무턱대고 소득을 늘린다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날 리 없다. 그랬다면 다수의 사람들이 '분명 지난해보다 월급은 올랐는데 내 삶은 더 팍팍해질까'라고 느낄 이유가 없다.

새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월급 몇푼 더 받는다고 나아질 게 없어 보인다. 그보다 먼저 새는 구멍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치 세입을 늘리기 전에 세출 과정을 좀 더 꼼꼼하게 살피는 것과 같다. 손가락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부터 붙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미친' 집값과 '미친' 사교육비를 바로잡는 게 최우선이 될 것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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