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잡초 같은 기업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니 좋았다. 지난주 10여년 만에 A를 만났다. 그는 내가 해운업계를 출입하던 시절 친하게 지낸 사이다. 당시 A의 회사는 현대상선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던 국적선사였다. 한국 해운산업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위풍당당하던 때였다.

그가 해외지점 근무를 나가고 1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연락이 끊어졌었다. 그를 포함해 가깝게 지내던 직원들이 그 회사에 여전히 다니고 있는지, 아니면 관두고 다른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A의 회사는 지난해 너무나 어이없이 무너졌다.

그런데 A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마치 보고 싶은 옛 애인(?)끼리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그도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수소문해 연락했다고 한다.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 지났지만, A는 4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의 중후함이 더해졌을 뿐 여전히 쾌활하고 거의 바뀐 것이 없었다. 50대 남자 둘이 마치 여고 동창을 만난 아줌마들처럼 옛날 얘기로 수다를 떨었다.

그의 회사는 부도 이후 어느 중견그룹에서 인수했는데, 후에도 잘리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승진도 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다. 또 회사의 미래도 밝다며 의욕이 넘쳤다.

그로부터 현재 상황을 들으니 A의 원래 회사가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몇년 안에 글로벌 선사의 핵심경쟁력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시 원래 수준으로 거의 복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A의 회사가 넘어지면서 수십년 구축한 한국 해운산업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져 안타까웠는데, 부활 가능성을 들으니 다시금 한국 해운산업의 미래에 서광이 비치는 것 같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돈만 있다고 쉽게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수십년 세월이라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투자비가 들어간다.

우리가 그 네트워크를 원형복원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비용과 세월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래서 그회사의 부도는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도난 회사를 인수한 최고경영자도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파선 속의 인재들을 들여다본 셈이다. 그의 말을 들으니 해외 영업라인은 그대로 살아 있다고 한다. 수십년 축적된 해운경쟁력을 인수한 것이다.

그와 말을 나누면서 기업(기업인)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정말 기업은 잡초다.
밟혀도 일어나고 아무리 척박하고 위기를 맞더라도 뿌리만 살아 있으면 다시 번식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낀다.

요즘 북핵, 사드 등 나라 안팎의 어수선함 속에서 기업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요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난 믿는다. 밟혀 죽었겠지 하다가도 어느날 보면 또다시 살아나는 잡초처럼.

cha1046@fnnews.com 차석록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