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희생양 된 SOC 투자, 미래는…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2 17:18

수정 2017.09.12 17:18

[차장칼럼] 희생양 된 SOC 투자, 미래는…

정책 리스크라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인데 정부정책 변화로 인해 기업이 맞닥뜨리는 위기상황 정도로 해석된다. 간단히 몇 마디로 설명되지만 정책 리스크는 기업에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이다. 아니 기업들이 감수해야 할 정책 리스크가 너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천재지변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정책 리스크는 보통 정권교체 초기에 자주 생긴다. 건설업계도 정권교체 때마다 곤욕을 겪어 왔고, 이번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부 출범 이후 원전건설 중단, 서울~세종고속도로 재정사업 전환 등 예상 밖의 변수들이 잇따라 등장하더니 심지어 내년 국토교통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23%나 줄어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건설사들은 원전건설 중단, 서울~세종고속도로 중단에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민자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가는 것"이라면서도 "민자사업 진행을 위해 준비했던 유.무형의 투자들이 한순간에 모두 날리게 된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세종고속도로가 대형 건설사들의 한숨을 자아냈다면 원전건설 중단은 여기에 더해 중소건설사에까지 충격을 주고 있다. 신고리원전은 본건물뿐만 아니라 지역민을 위한 시설 공사가 병행된다. 원전건설 중단으로 중소건설사들까지 하루아침에 삽을 놓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내년 SOC예산 축소다. 국토부의 SOC예산은 지난 2015년 23조8000억원을 고점으로 2016년 21조9000억원, 2017년 20조1000억원으로 2년 새 3조7000억원이 줄었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이 논란을 일으키며 이후 정부가 대규모 SOC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한몫을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 출범 직후 SOC 인프라 투자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정책 기조가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23%나 줄어든 15조9000억원 편성이라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국토부의 SOC예산이 16조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국토부 SOC예산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15년과 비교하면 8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새 정부가 출범 후 잇따라 대규모 복지공약을 내놓으면서 세간에서는 "도대체 천문학적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결국 재원은 비복지 분야에서 줄였고, SOC가 타깃이 된 셈이다.

SOC 투자가 1조원 감소하면 일자리가 1만4000여개 감소하고 0.06%포인트의 경제성장률 하락 영향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SOC는 오늘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투자다. 도로, 철도, 수도 등 SOC는 국민을 위해 수십년을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꾸준히 진행돼야 하는 분야다.
당장에 급하지 않다고, 정부의 정책이 달라졌다고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미래를 생각지 않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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