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뒤집듯 협상자 바꾼 도시바… 도 넘은 ‘몸값 올리기’

SK하이닉스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WD가 주축인 미.일 연합 사이에서 ‘간보기’
우선협상자 여러차례 번복
당초 협상대상서 배제했던 중국 훙하이그룹과도 접촉.. 업계 시선 곱지 않아
매각 데드라인 ‘내년 3월’시간은 도시바 편 아니야
향후 협상 더 불리해질수도

도시바 낸드플래시 주력 생산거점인 일본 요카이치 공장 전경. 연합뉴스
도시바가 반도체사업에 대한 매각처 선정을 또다시 번복하면서 '상도의'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웨스턴디지털(WD)이 주축인 '신(新)미·일 연합'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결정을 뒤집어서다.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이른바 '간보기'가 선을 넘었다는 비판 속에 도시바는 당초 협상대상에서 배제했던 중국 훙하이그룹(폭스콘)과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도시바는 상장폐지를 막으려면 내년 3월까지 반도체사업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적절한 매각시기를 넘긴 상황이어서 도시바가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몸값 높이려 상도의 무시한 도시바

13일 도시바는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자회사인 메모리 매각을 둘러싸고 한·미·일 연합과 본격적으로 교섭하는 각서를 맺기로 했다. 도시바는 이를 주요 채권은행에 알리고 다음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합의를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해놓고 번복한 뒤 또다시 판을 엎은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관행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번복을 반복한 사례는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도시바의 간보기 전략은 몸값을 올렸다는 면에선 크게 성공했다. 올 초 3조원(출자비율 20%)이었던 도시바 메모리 몸값은 25조원(출자비율 100%)까지 폭등했다.

일각에서는 도시바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새롭게 교섭 각서를 맺으면서 적어도 WD와 원점에서 인수경쟁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도시바의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변수를 따져봐도 WD가 인수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며 "도시바가 WD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쓴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당초 우선협상자였던 한·미·일 연합과 계약을 깨면서 WD와 인수건을 진행한 것도 도시바가 주력 생산기지인 일본 요카이치 공장에 공동투자한 WD를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은 "매각 2주 전 관련사안을 WD 측에 사전 통지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특히 도시바가 이날 한·미·일 연합과 쓴 각서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다른 진영과도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 언제든지 상황은 또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시간은 협상자의 편

그렇다고 도시바가 느긋한 상황도 아니다.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도시바는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해 내년 3월까지 반도체사업에 대한 매각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통상 본계약 후 잔금 납입과 거래 완료가 되는 이른바 딜클로징 시점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8월까지는 도시바는 반도체사업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해야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 규모에 따라 3개월 만에 딜클로징이 가능하지만 도시바는 워낙 덩치가 큰 회사여서 통합작업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정이 이미 늦어졌기 때문에 협상자가 정해지면 관례보다 빠른 속도로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협상자가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이제 급한 쪽은 도시바"라며 "20조원이라는 몸값을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옵션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