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금호타이어 신용등급 평가 안한다

유일하게 평가하던 한기평 "의뢰기간 끝나 더이상 못해"
하향조정 요인 발생해도 투자자, 리스크 알 길 없어

매각작업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의 신용등급을 앞으로 시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금호타이어의 기업신용등급(ICR, issuer credit rating)을 유일하게 평가하고 있는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의 등급평가 유효기간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등급이 바닥까지 추락해도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곳이 없다는 점에서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투자자 보호 문제도 급부상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신용등급… 신평사들 "평가 못해"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기업신용등급을 유일하게 매기던 한기평은 이날을 마지막으로 평가를 종료했다.

기업이 영업활동 등의 목적으로 신용평가사에 기업등급평가를 의뢰하면 신평사는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업재무자료 등을 토대로 평가를 매긴다.

통상 1년 단위로 평가를 진행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9월 한기평에 평가를 의뢰한 바 있다.

한기평은 평가 종료 직전 일인 12일 금호타이어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전망하고 등급전망도 부정적 검토대상에 올렸다.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채권단간의 매각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경영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이유다. 또 과도한 단기차입도 부담으로 지적됐다.

신평사 관계자는 "추가로 하향조정 요인이 있어도 더 이상 등급평가를 할 수 없다"면서 "의뢰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또 신평사가 평가를 하고 싶어도 무의뢰 평가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등급이 가령 BBB에서 투자부적격(BB+)등급 이하로 떨어져도 시장에 위험신호를 줄 수 있는 신평사가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신용평가업계 내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중에서 신용등급이 있는 회사들이 30%가 안된다"며 무의뢰 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나 무의뢰 평가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평가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할지, 또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이 미흡하다는 이유 등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 보호 문제 수면 위로 부상

지난해 신평사들은 한꺼번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신평사들은 작년 3월말 BB+등급이었던 한진해운의 등급을 3개월만에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CCC등급까지 하향조정했다. 또 현대상선에 대해서도 3월 B+에서 4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를 의미하는 D등급까지 떨어뜨렸다. 금호타이어와는 다른 대응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금호타이어가 공모 회사채 발행 잔액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성 차입은 사모채 발행으로 대신했다. 신평사들은 공모 무보증사채에 대한 평가의 일환으로 신용등급 조정을 시장에 알리기도 한다.

금호타이어가 특별히 '기업신용등급'을 의뢰하지 않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NICE)신용평가사와 한국신용평가가 공모채 잔액이 없는 금호타이어의 신용등급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투자자 보호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금호타이어는 2016~2017년간 총 사모 회사채 12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만기는 내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1200억원 어치 모두 동부증권이 인수해서 기관,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 대부분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위험신호를 줄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자구계획 방안에 대한 채권단의 수용 여부 등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채권을 중간에서 판매한 증권사도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