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4개월 넘게 장관 못정한 중기부… 불만 터진 업계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3 19:40

수정 2017.09.13 22:20

발표 앞둔'벤처로드맵' 산업부가 사실상 총괄
"중기부 중심 정책 추진 의지 있는지조차 의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계가 정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정부가 출범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정해지지 않자 허탈감은 물론 기존 '중소기업청' 시절이 더 나았다는 자괴감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임명 여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우군'인 여당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어서 박 후보자가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더 이상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에 차기 중기부 후보자가 결정 임명돼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일선의 목소리는 다소 격하다.
특히 문 정부에 대한 비판 강도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소재 A중소기업 대표는 "중기부 격상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정책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장관이 없다 보니 밑에 있는 공무원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중기청 시절이 더 나았다"면서 "새 정부도 이전 정부와 차이가 없다. 선거가 끝나니 모양새만 '중기부'로 만들어 놓고, 실질적으론 중소기업에 대한 아무런 뒷받침이나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대표 K씨는 "박근혜 정부때는 그나마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만들고, 스타트업 붐이라도 일으켰다"면서 "지금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제 곧 죽음의 계곡(데스밸리)를 지나게 된다"면서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 줘야 지난 3~4년간 쌓은 공이 무너지지 않을 것인데 제대로 된 장관도 하나 뽑지 못하는 지금 정부를 보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데스밸리란 스타트업이 경험과 자본 부족으로 창업 후 3~7년을 넘기지 못하는 시기를 뜻한다.

내달 발표 계획인 정부의 벤처로드맵에 발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PLK 테크놀로지를 찾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월 중에 문재인 정부의 벤처로드맵인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마련해서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벤처로드맵에 산업부가 끼고 정작 벤처기업을 총괄해야 하는 중기부는 빠져 있는 모양새를 만든 정부를 보면서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계에선 박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힘 있고 능력 있는 인물이 중소기업 수장으로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기부 장관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현안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 것은 물론 국무위원으로서 정치권과 적극 소통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며 "빠른 시간에 좋은 중기부 장관이 결정돼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추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yutoo@fnnews.com 최영희 중소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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