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임원 영장 또 기각.. 檢, 수사 동력 떨어지나

법원, 5차례 중 2건만 발부.. 검찰 "수긍 못해" 불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해 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임원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이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KAI 경영비리, 국가정보원의 민간인을 동원한 여론 조작 의혹 등 수사가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으로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으로 읽힌다.

검찰은 14일 새벽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사 단계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의 주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의자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증거인멸죄가 아니라 증거인멸 교사죄"라며 "증거인멸죄는 자기가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 성립되는 반면 증거인멸교사죄는 인멸 대상인 증거가 자기가 처벌받는 형사사건인 경우에도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피의자 박씨로부터 교사받은 실무자도 분식회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자들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 사건에서 인멸된 증거는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회계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어 분식회계로 인한 처벌 가능성이 없는 개발부서 직원들에게 혐의와 직결되는 중요 서류를 세절기에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기 때문에 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법리적으로 증거인멸교사 자체가 성립될지에 의문이 있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7월 압수수색을 통해 본격 수사에 돌입한 후 KAI 비리와 관련, 전.현직 임원, 협력업체 대표 등에 대해 총 5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이 발부된 것은 2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법조계 일각에서는 잇단 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 동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영장이 계속 기각되면 수사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수사 의지도 꺾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