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잡으려다 서민만 잡아서야

"기자가 다주택자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작성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급하게 만들어진 대책에 억울한 피해사례가 곳곳에서 터져나왔기 때문에 기사를 썼다. 기자는 집 한채 가지고 있지 않은 무주택자다. 무주택자인 기자가 왜 '다주택자 빙의'가 돼 기사를 작성했을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개인의 사유재산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분명한 명제에서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토지사용권만 가지는데 토지사용권의 임대기한 종료에 대한 대책이 없어 부동산이 안전한 자산이 아니다. 중국사람들에게 한국의 부동산이 자국보다 매력적인 투자처인 이유다.

하지만 지금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도 개인의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있다. 정부 대책이 발표 나기 전에 부동산 매매거래를 계약하거나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들의 대출이 예정대로 나오지 못해 해당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계약금을 날리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계약금을 날려야 하는 수많은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기습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그 이전에 계약한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쳐야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주변에 분양권을 포함해 주택을 네채 소유하고 있는 소위 금수저 지인은 지금 집값이 안 잡히면 보유세가 인상될까봐 오히려 집값이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정작 정부가 투기세력으로 지목한 사람들은 콧방귀도 안 뀌고 있다.

현재 청와대, 금융위, 국토부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은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살기 위해 절규하고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25평이 1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에 대출 걱정 하나 없이 청약하고 시세보다 싸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기형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긴 했다. 이에 정부가 시장 조정을 위해 개입해야 한다는 것에도 이견이 없다.
다만 정말 잡아야 하는 투기세력과 실수요자를 구분해서 정책을 적용했으면 좋겠다. 특히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구제책은 '무조건' 필요하다(구제책이 나왔지만 조건이 있어 실제 적용되기 어렵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대부분 절실하다. 대출 없이 부동산을 투기하는 세력이 올려놓은 집값에 대한 벌을 대출을 내 아둥바둥 살아야 하는 서민들이 받는 상황을 만드는 정책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