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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김동연 소신 발언, 정책주도로 이어져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5 19:56

수정 2017.09.15 19:56

경제팀 수장 제역할 하게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홍장표 경제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김 부총리는 회의에서 "주제별 경제현안 간담회라는 플랫폼을 통해 필요한 사항이 있을 때마다 청와대, 한국은행과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 한은 총재와 수석들이 참석한 것은 드문 일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팀장으로서 위상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자제해 왔다.
청와대에 '상전'이 즐비하고 여당에도 실세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이들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갈등으로 비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새 정부에는 경제팀 수장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과 청와대에 끌려다니기만 한다" 등의 비판을 받았다. 경제팀 수장이 반대하는 일이라도 여당이 밀어붙이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의 법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다. 이를 계기로 '김동연 패싱'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최근에 김 부총리가 다른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나온 답변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 성장은 소규모 개방경제하에서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 함께 추진돼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지적해온 사항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등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정책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는 문 대통령의 경제구상을 실천하는 단계에서 현실 적합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경제부총리가 흔들리면 경제가 흔들린다. 각계각층의 얽힌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여당은 물론 야당과의 정책갈등을 조율해 나라 경제를 끌어가야 할 책임을 진 사람이 경제부총리다. 그러나 '김동연 패싱'이란 말이 나도는 상황이라면 그런 책임을 완수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김 부총리의 최근 변모는 그런 점에서 희망적이다.

허수아비 경제부총리라면 최대한 빨리 교체하는 것이 나라에도 개인에도 바람직하다.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여권 내에서 김 부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존중해줘야 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에게 2~3주 한 번씩 독대를 허락하는 것도 고려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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