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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北 미사일 쏴대는데 전술핵 不可라니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5 19:56

수정 2017.09.15 19:56

북한이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의 미사일을 또 시험 발사했다. 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 3일 만이다. 사거리가 3700여㎞에 이르러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이 출동할 괌 기지 타격 능력을 입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술핵을 재반입하자는 주장에 쐐기를 박고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다음 날 도발한 점도 주목된다. 북한이 대화 제스처에 찬물을 끼얹고 나올 것조차 예측하지 못했다면 정부의 정세 판단역량이나 북핵 대응태세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10번째 미사일 발사에서 북한 정권이 '전략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낌새가 읽힌다.
3일 핵실험에 이어 지난달 29일 쏜 화성12형보다 사거리를 1000㎞나 더 늘리면서다.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현무2 미사일로 대응사격 훈련도 했다. 하지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4일 북의 핵보유를 인정하면서 "북핵 동결을 전제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안보팀이 집단적 위기 불감증에 빠졌다는 '오해'를 자청하는 인상을 준 꼴이다.

정부가 800만달러 규모 대북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타이밍도 문제다. 북한의 아동과 임산부를 돌보겠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하지만 북한의 핵 폭주를 막기 위해 안보리 결의안 2375호가 통과된 게 사흘 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안보리 결의가 철저 이행되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하지만 우리가 느슨하게 대응하는 터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제재의 그물망을 촘촘히 죌 리도 없고, 북한이 압박감을 느껴 비핵화 협상에 나올 리도 만무하다.

문 대통령이 14일 미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핵에 대응해) 전술핵 반입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이유도 궁금하다. 이에 대해선 최소한 전략적 모호성이라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야 중.러도 한.일의 핵무장 도미노를 우려해 북핵 억지에 그나마 성의라도 보일 게 아닌가. 문 대통령은 "남북 간 평화 유지를 위해서"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보유가 체제보장용을 넘어 북한 중심 통일을 노리는 속내라는 견해도 있다.
현 정부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상황은 분단과 남북 구성원들의 고통의 장기화를 뜻하는 '가짜 평화'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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