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어떤 생리대를 써야 할까


8월 한달은 여성들에게 공포의 시간이었다. 일반 여성이 평균 10대부터 50대까지 약 40년간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발표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여성환경연대가 3월 '생리대 안전'이라는 주제로 일회용 생리대 주요 10개 제품에 대해 강원대 김만구 교수팀에 연구를 의뢰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유해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단체는 해당 제품들이 어떤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인체 위해성 여부를) '모르기 때문'이다. 여성환경단체는 "정부에 전반적인 유해물질 조사, 인체 유해성 평가 등을 실시하라고 전달했다"며 "한 제품에 대한 공격이 아닌, 월경과 생리대를 둘러싼 제도와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브랜드명을 공개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매체에서 실험제품 중 릴리안이 있다고 확인, 공개할 것이라는 애기를 듣고 다음날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건 관련 식약처에 대한 여성환경연대의 요구 발표'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릴리안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도 모았다. 해당 단체에서는 유해 성분 검출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 사례가 나와 제보를 받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유기화학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는 보도의 후폭풍으로 며칠 사이 3000여건의 제보가 모였다. 이 단체는 이 제보를 바탕으로 "릴리안 생리대 쓰고 3년 이내에 월경이나 자궁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경우도 49%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실험을 진행한 김 교수가 "생리대 유해성분 분석만 했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알 수 없다"고 강조한 것과 다른 행보다.

여기에 생리대 안전성 여부와 별개로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 등에 대한 의혹으로 번졌다. 시험 대상에 유한킴벌리 제품도 있을 텐데 결과를 모두 공개하라는 여론이 확산되자 여성환경연대는 공개 권한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떠넘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혼란이 가중되자 며칠 뒤 제품명을 실명 공개했다.

안전한 생리대 사용을 위한 문제제기였지만 그 과정은 소비자의 공포와 불신만 남은 느낌이다.

최근 과장되고 근거 없는 괴담은 전국을 빠르게 휩쓸고, 언론은 이 같은 공포를 여과없이 받아 쓴다. 그렇다고 정부의 대처가 빠른 것도 아니다. 매번 '뒤늦은 대처' '인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물론 입고 먹는 식품이나 생필품에서 생소한 화학물질의 이름이 거론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한번쯤 이 같은 공포가 적절한 수준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다보니 과도한 두려움이 앞선 것은 아닌지 말이다.

공포가 커지면 어떤 전문가가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다. 가습기 사태 이후 정수기 공기청정기 이물질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공포와 불신만 남은 사태에서 후속대책을 기억하는 소비자는 얼마나 될까.

일회용 생리대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 말 유해성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이 발표를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문제를 지적하고 필요한 사항은 정부에 요구하고 기준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안전과 안심을 지키는 일은 바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가장 큰 인재는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불신이 아닐까.

spring@fnnews.com 이보미 산업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