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우리 사회의 헌신과 봉사 ‘집배원’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7 17:04

수정 2017.09.17 17:04

[특별기고] 우리 사회의 헌신과 봉사 ‘집배원’

"이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오고 체전부는 이따금 하도롱빛 소식을 가져옵니다."-1935년 이상은 수필 '산촌여정'.

"체부가 잘 와야 사흘에 한 번밖에 들르지 않는 것을."-1936년 김유정의 '동백꽃'.

이름도 낯선 체전부, 체부는 바로 집배원이다. 정부의 공식명칭인 집배원은 편지를 모아서(集) 배달한다(配)는 뜻으로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집배원은 우체국의 상징인 제비가 흥부에게 물어다준 박씨처럼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는 편지와 소포, 택배를 배달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1만6000여명의 집배원은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전달하기 위해 우편물의 주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집배원들은 헌신과 봉사가 몸에 밴 사람들이다.
집배원 365봉사단은 어려운 이웃이나 소외계층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남몰래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을 수년간 묵묵히 돕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든든한 이웃인 집배원이 최근 들어 장시간 근무로 피로를 호소하고,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고도 발생해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집배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531시간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60시간 줄었지만,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 2052시간과 비교하면 400시간 이상 많다. OECD 주요 국가들도 우편물 처리 절차상 하루 평균 2시간 정도 초과근무를 하고 있고, 토요일에도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가정 양립과 업무효율성 향상을 위해 근무시간은 단축돼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를 위해 집배원 근로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매년 인력을 증원해 2012년부터 올해까지 집배인력을 900여명 늘렸다. 올해만 440명이 증원됐다. 스마트폰 등 대체통신 발달로 우편물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신도시 등 세대수가 갑자기 늘어난 지역에 인력을 증원해 근무시간을 줄이고 있다. 내년까지는 법정근로시간인 주 52시간 이상 근로하는 넘는 집배원이 없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수작업 우편물 구분업무에 집배순로기 200여대를 설치해 자동화했다. 집배순로기는 집배원의 이동경로에 맞춰 우편물을 순서대로 구분해주기 때문에 수작업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지난달에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출범했다. 노와 사, 전문가그룹이 참여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연말까지 집배원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국 우체국은 오늘부터 이달 말까지 추석을 맞아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1300만개의 소포와 택배가 소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에 봉사하는 공공서비스기관으로서 우편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하지만 아무리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라고 해도 전국 3500여개 우체국과 4만5000여명의 직원은 온전히 즐길 수 없는 게 추석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집배원이 있다.
뜨거운 무더위, 여름 장맛비, 눈 내리는 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소식을 전달하고 있는 집배원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필요한 때다.

송관호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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