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스포트라이트 학대사각지대 아이들]

"아동학대 가해자 80% 이상이 부모…훈육과 학대 구별해야"

지령 5000호 이벤트

(6.끝) 인터뷰-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아동학대 신고 인식 확산
가정학대 신고 용기있는 행동.. 전국 보호소도 2배로 늘려야
예방 교육 등도 철저히
全생애 걸친 관련 교육 필요
미혼모 지원 부족한 상황.. 베이비박스 비판도 어려워

11세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 칠곡 계모, 인천의 맨발 탈출 11세 소녀…. 매년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아이들이 간신히 집 밖으로 뛰쳐나와 도움을 청할 때야 세상에 알려진다. 6세 미만 미취학 영유아에 가해지는 학대는 수면으로 드러나기도 쉽지 않다. 이들이 집 밖으로 나오거나 제대로 학대상황을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서울 강남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장화정 관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장 관장과 일문일답.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할은.

▲아동복지법 제 45조 1항에 의해 설립된 아동학대예방사업 기관이다. △전국 60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한 지원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 운영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 아동학대예방사업과 관련된 연구 및 자료발간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영유아 아동학대 신고가 급증하는데.

▲부모가 아이를 때리거나 방치하는 등 학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부모가 훈육 차원에서 아이를 좀 때릴 수도 있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당시 신고된 아동학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그러나 국민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동화 '콩쥐팥쥐'나 '신데렐라'를 읽어주며 권선징악을 가르쳤지만 이제는 아동학대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아동학대 범죄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아동학대를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었다고 봐야 한다.

―훈육과 학대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어려운 문제다. 현재 아동학대라고 규정하는 법 조항과 국민 정서 간에는 괴리가 있다. 부모가 30㎝ 자로 아이를 때려 멍들게 했다면 신체학대로 간주된다.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 질책, 무시함으로써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면 역시 정서학대다. 국민이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아동복지법 제5조(보호자등의 책무)에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학대행위를 훈육으로 생각하는 국민도 상당수여서 아동학대 가해자 80% 이상이 부모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은 어떻게.

▲2014년 9월 28일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아이를 긴급구조할 경우 학대 행위자에 대한 임시조치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응급조치에는 교육도 포함된다. 임시조치 결정으로 학대행위자에 대한 교육명령이 부여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행위자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시행한다. 그런데 계모와 친부가 아들을 암매장한 '원영이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하자 사전에 아동학대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영유아기 부모에게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 등 국가 지원이 이뤄지기 전에 의무적으로 아동양육, 학대 관련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양육과 학대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은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비영리단체가 학대를 비롯한 안전교육을 하지만 정규교육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전생애에 걸쳐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영유아 방임 및 유기 예방을 위한 베이비박스에 대한 입장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는 것은 아동 유기에 해당한다. 유기도 학대 아닌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베이비박스가 아이 생명을 살리는 것은 사실이다. 베이비박스를 논하기 전에 미혼모 등 양육 능력을 상실한 부모도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고 교육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양육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아동보호시설 등에 맡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 후에야 베이비박스를 논할 수 있다. 지금은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미비해 베이비박스를 비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안타깝다.

―제도 미비 외에 다른 어려움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부족하다. 아동인구 10만명당 1개소는 있어야 한다. 현재 전국에 60개 보호소가 있는데 최소 100개까지는 늘려야 한다. 인력이 부족한 문제도 있다. 미국은 1인당 아동학대 사례 12건을 담당하는데 우리는 1인당 60건이다. 게다가 신고는 밤낮 없이 접수된다. 상담사들이 모두 휴대폰을 들고 긴장하면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가 이런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동학대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가정에는 폐쇄회로TV(CCTV)가 없다. 주변에서 신고하지 않으면 아동학대는 발견되지 않는다. 학대가 의심될 때 전화기를 들어 신고하는 것은 정말 용기있는 행동이다. 신고의무자가 신고하는 행동이 많아야 한다. 또 신고가 접수됐을 때 상담사들이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도 보완돼야 한다. 부모교육 선행은 물론이다.
결국 여러 분야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아동학대가 감소할 수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리는 이 같은 난관들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