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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이번주 유엔총회 데뷔… 기로에 선 ‘북핵 외교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7 17:49

수정 2017.09.17 22:10

1.‘대북 공조’ 운전석 되찾을까
2. 인도적 지원 카드 유지하나
‘코리아 패싱’ 불식 과제
美, 韓.美.日 공조 다지기.. 아베에 밀린 인상 지워야
‘대화의 끈’도 견지
대북지원 원칙적으론 고수..시기 조절 가능성은 남아
文대통령, 이번주 유엔총회 데뷔… 기로에 선 ‘북핵 외교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주 개막하는 유엔총회의 최우선 의제를 '북핵'으로 삼은 모양새다. 각국 정상이 집결하는 '외교분야 슈퍼볼' 행사 격인 유엔 총회를 통해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의 우방인 중국.러시아 압박 고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엔 총회 데뷔전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두 가지 선택지를 앞에 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온전히 미.일의 대북 압박 기조에 편승해 미국이 만드는 질서에 한국이 소외되지 않게 하느냐, 다른 하나는 대북 압박엔 공조하면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를 견지하느냐이다. 전자는 미국과의 '소통'을, 후자는 북한과의 마지막 '대화의 끈'을 의미한다.

■美, 한.미.일 공조체제 '단속'

미국은 17일 기선제압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미국 뉴욕으로 출국을 하루 앞둔 이날 새벽 미국 백악관은 청와대 측에 정상 간 전화통화를 제의했다. 실무진 조율을 거쳐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25분간 짧은 대화를 했다.

통화내용은 명확했다.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할 경우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란 경고 메시지였다. 이번 유엔 총회 최대 이슈가 북핵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 것이다. 문 대통령과 '작심 통화'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이어갔다. 이는 북한에 대한 경고이자 한국에 대해서도 한.미.일 3각 공조체제 편입을 주지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유엔 총회 기간 북핵외교전에서 한.미.일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19일(현지시간) 열리는 유엔 총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재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5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의 주요 주제는 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 테러, 인도주의적 문제 등 "의제가 부족하진 않다"며 "최우선, 중심 주제는 북한"이라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도 "전 세계가 직면한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국가의 단결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文대통령 두 가지 선택지

이날 한.미 간 통화에선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양 정상 간 통화내용을 사전에 조율해 '발표문' 형태로 정제해 낸 것이다.

발표문 외에 통화내용은 철저히 비공개로 처리됐다. 양국이 '말 맞추기'를 통해 물샐틈없는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측에 제의한 것으로, 그간 외교안보라인을 곤혹스럽게 했던 한.미 간 '엇박자'니 '코리아 패싱'등의 우려를 떨쳐내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한.미가 살얼음판을 걷듯 공조체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한반도 운전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의 고민이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강력한 대북 압박 기조를 취하고 있는 미.일과 보조를 맞춰야 한반도 전쟁 불가론이니 북한 문제 평화적 해결 등에 관한 한국 정부의 발언권도 보장된다는 점을 뒤늦게 인식한 것이다.

외교 관료 출신의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한·미·일 3각 공조체제 강화를 서두르고는 있으나 21일 유엔 총회에서 열리는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이나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이런 기조가 고스란히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남북대화 복원'이란 두번째 카드의 잔상은 강하다. 청와대 내부의 외교관 그룹과 청와대 밖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섞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시기를 고려해 달라"는 아베 총리의 요청에 "원칙적으로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답해 사실상 이 부분에 있어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다만 아베 총리의 말처럼 시기를 조절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배포해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방침을 결정하더라도 지원 시기 등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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