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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인수전, 사드갈등 총체적 딜레마 상징물 되나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8 14:50

수정 2017.09.18 14:53

【베이징=조창원 특파원】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갈등에 따른 한중간 경제교류 악화의 총체적 딜레마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인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배경을 놓고 중국 내부에서도 사드갈등에 따른 피해가 중국 기업의 인수불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한국기업에 대한 사드보복이 점차 중국측에도 부메랑이 되면서 양측 모두 패자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8일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중국의 더블스타의 인수실패 배경에 대해 "이번 매각 절차가 무산된 것은 사드로 인해 양국관계가 훼손됐기 때문"이라는 분석기사를 내놨다.

신문은 "더블스타가 지난 3월 채권단과 주주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한 이후 노조와 한국 매체들로부터 압박을 받아 왔다"면서 "양국관계에서 오는 중압감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무산시켰다"고 강조했다.

중국기업의 금호타이어 인수실패는 외교적 문제가 경제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벌어지는 각종 부작용들을 고스란히 응축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실패한 것은 중국내 자국중심주의 소비심리와 중국 당국의 사드보복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더블스타가 올해 상반기 금호타이어의 실적 부진으로 두 차례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인수를 타진했지만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금호타이어의 실적 부진은 지난 2011년 중국중앙방송(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완후이'에서 석연찮은 품질 문제 제기에 따른 불매운동의 역풍을 맞으면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해부터 본격 불어닥친 사드갈등에 따른 소비자 불매운동이 직격탄이 됐다. 중국내 한국 자동차에 대한 불매운동이 심화되면서 완성차업체에 타이어를 공급해온 금호타이어도 덩달아 실적악화에 빠졌다. 양국간 외교관계 악화가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를 낳으면서 더블스타가 잇따라 매각가격 재협상을 요구하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특히 이번 매각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사드보복에 따른 양국 국민들의 정서마저 악화되면서 인수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에 대한 감정이 한계상황에 도달한 한국인들의 여론이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실패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인민대학교의 한 교수는 "사드 여파로 한국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고, 중국의 소비자들은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양국관계의 악화가 금호타이어 매각을 무산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도 금호타이어 인수가 불발된 것은 경제적인 요인보다는 외교적인 측면이 중요한 작용을 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산업 애널리스트인 우천후이는 글로벌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인수 건이 불발된 것은 양국 간에 사드로 인한 외교적 부담이 소비재와 공산품 영역까지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며 "외교적인 요소들이 거래를 무산시키는 것을 더 확실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나타난 것처럼 사드보복이라는 외교적 문제가 앞으로 반복적으로 벌어지면서 양국 기업을 모두 패자로 만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리톈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는 한국 제조업종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기업의 인수행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리 연구원은 "양국 관계 악화로 실적 부진 등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노조와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중국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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