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금 대한민국] “교도소가 부족하니 집행유예·불구속 늘려라”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9 16:30

수정 2017.09.19 20:01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로 보는 솜방망이 처벌의 정당성
교도소 더 짓고 양형 높이면 범죄 감소할까?
교정시설 과밀문제 해결한다는 다이버전제도?
파이낸셜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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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가 부족하니 집행유예·불구속·가석방을 늘려라”

비상식적인 말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 흐름이다.

집행유예와 불구속은 국민 감정을 건드린다. 최근 성범죄·살인 등 강력범죄자가 받는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이 많다. 국기문란사범이나 영향력이 큰 경제사범에 법원이 구속을 불허하거나 사실상 ‘반 무죄’인 집행유예를 선고했을 때도 그렇다.

가벼운 양형에 쏟아지는 비난은 모두 판사가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관한 문제다. 법원은 수사-재판-형집행 순인 사법절차 가운데에 있을 뿐이다.

교정단계에서 50년 넘은 고질적인 문제는 과밀화다. 윤상직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법무부 자료를 보면 국내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은 121.8%다. OECD 34개국 중 2위다. 시설에 수용자가 너무 많으면 재소자의 인권, 재사회화, 교도관 업무증가 등으로 범죄예방 목적에 차질이 생긴다. 2016년 말 국책연구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교정시설에서의 과밀수용 현상과 그 대책에 관한 연구>는 선행 연구를 포함해 원인과 해결책을 상세히 다뤘다.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 등) 과밀화 문제에 초점을 맞춘 연구보고서는 법원의 낮은 처벌 수준에 정당성을 주는 것을 넘어 더 낮추라고 독려한다.

보고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정시설 과밀수용이 수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니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히면서 시작한다. 유일한 형사정책 분야 정부출연기관의 연구는 무게감을 더한다. 형사사법정책에 적극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8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의정부교도소를 공식 방문해 과밀수용 상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교정시설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화하고 재범 우려가 낮은 모범수형자의 가석방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교도소 늘리면 과밀화 해결될까

교정시설만 더 지으면 될 것 같지만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교도소의 여유공간을 채우게 되는 자기증식 메커니즘이 발생할 수 있다. 시설 확충도 해결책의 하나지만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유는 완공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데 있다. 건설에 따른 예산과 운영비용 등도 걸림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1995년 1160개소였던 교도소를 5년 동안 1208개로 늘려 30만 3천명 수용능력을 키웠다. 이에 따라 연간 13조 3천억 원이었던 교정비용이 44조 6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예초 기대했던 과밀화는 오히려 악화됐다.

우리나라도 꾸준히 교도소와 구치소를 신설해왔다. 그런데도 현재 과밀수용상태다. 교정시설 확충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세계적으로 확인된 실증적 사실이다.

■다이버전제도(불구속·집행유예·보석제도·벌금형·가석방)를 활성화해야?

미국은 1960년대 교도소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전환적 조치’를 마련했다. 이를 ‘다이버전’이라고 한다. 벌금형·보석제도·가석방·집행유예·불구속 등 사법기관의 결정을 뜻한다. 교정시설에 들어오는 인원수와 형량을 최소화하면서 원래 있던 수용자는 빨리 내보내는 조치다. 영국·일본 등도 과밀화 해결을 위해 미국과 같은 정책을 취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집행유예, 가석방 등이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요즘 처벌이 너무 솜방망이라는 여론이 많지만 실제 통계는 나름 엄벌화 경향을 보인다. 한 예로 2016년 법원행정처 자료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형사재판 제1심 집행유예 비중은 2008년 63.7%였다가 2015년 58.1%로 줄었다.

이어 '엄벌에 따른 형벌의 장기화가 교정시설 입소인원 과다를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해결책으로 지금보다 불구속·집행유예·보석제도·벌금형·가석방을 늘리는 게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엄벌하면 범죄 예방될까

원시시대부터 고대국가 형성기까지 형벌은 범죄행위에 대한 복수 개념이었다. 그러던 것이 사상 발전으로 현재는 교육·재사회화 등 범죄 예방이 목적이다.

학계·전문가들은 오랜 연구로 엄벌보다는 처벌의 확실성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일반적으로 “얼마나 높은 형량을 받게 되는지”보다 “붙잡힐 가능성”을 쉽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는 교정시설 과밀화 해결책으로 “양형을 줄이자”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보고서는 교정시설 과밀화 해결이 주제이므로 처벌의 확실성 확보에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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