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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우디 원전 수출, 정부가 적극 나서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8 16:59

수정 2017.09.18 16:59

사실상 국가 대항전 양상.. '탈원전' 핸디캡 넘어서야
내년에 원전 2기를 새로 짓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곧 국제입찰 절차를 진행할 전망이다. 1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내달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 원전국가를 대상으로 자료요청서(RFI)를 발송할 예정이다. 발주금액만 22조원이 넘는다. 사우디는 2032년까지 17.6GW의 원전 건설도 추진 중이다.

사우디 원전 수주가 유력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꼽힌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앞선다.
한국은 세계에서 3세대 원전(APR-1400)을 가장 먼저 개발해 상업운전(신고리 3호기) 중인 유일한 나라다. 이 모델은 곧 가동을 앞둔 신고리 4호기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수출 원전, 신고리 5·6호기에도 들어갔다. 건설 단가도 러시아, 중국보다 훨씬 싸다.

지난달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1차 안전성 평가도 통과했다. 중대사고 발생률을 2세대의 10%로 확 낮추고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노심 자동냉각설비도 갖췄다. 수출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얘기다.

사우디 원전 수주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걸림돌이다. 정부는 국익에 보탬이 되는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에 원전을 짓지 않기로 국제적 선언을 한 마당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중.러 등 경쟁국도 이 점을 물고늘어질 게 분명하다.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하는 이유다.

원전 공사 수주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경제 파급효과 때문이다. 우리가 2009년 UAE 원전 4기를 수주할 당시 이명박정부는 적극적인 경제외교로 프랑스로 기울었던 계약을 따냈다. UAE 원전 수출금액은 186억달러로 쏘나타 자동차 228만대 수출과 맞먹는다. 건설과 별도로 60년 운영권만 54조원이다. 가장 낮은 직급의 직원이 월 500만원 이상을 받는 좋은 일자리 11만개를 만든다. 하지만 오랜 기간 수조원을 투자하는 등 리스크가 커 범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이다.

원전은 40년간 우리가 99% 이상의 기술자립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국가 기간산업이다. 특히 3세대 원자로 기술은 우리가 세계시장을 리드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가 '완전 중단'으로 결론 나면 지금까지 이룩한 원전 기술력은 땅에 묻힌다. 어설프게 밀어붙이는 탈원전이 막대한 수익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스스로 걷어찰까 걱정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우디 원전 수출이 가능토록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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