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세금낭비 책임 안지는 지자체장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8 17:03

수정 2017.09.19 08:07

[기자수첩] 세금낭비 책임 안지는 지자체장

나라 곳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세수는 늘어났는데 쓸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 많은 세금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갔을까. 여러 요인 중에서도 표심을 노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포퓰리즘' 정책이 세금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지역주민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초대형 개발 공약을 내놓는다. '뻥튀기' 수익성과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들로 채워진 사업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공사가 끝나고 나서야 헛공약임이 드러난다. 최근까지 전국 지자체에서 우후죽순 추진돼온 경전철 사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지자체의 묻지마 개발이 되풀이되는 가장 큰 원인은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서다. 사업 승인 결정권자인 지자체장은 비난 여론과 정치적인 리스크 정도만 감당할 뿐 민.형사상 책임은 지지 않는다. 수조원이 넘는 세금이 증발해도 법적 책임이 없기에 임기가 끝나면 나몰라라 하거나 운이 좋으면 재선이나 또 다른 선출직으로 재기도 가능하다.

최근 2심 판결이 나온 경기 용인시민들의 전직 용인시장 등 상대 주민소송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용인 경전철 사업에서 관련자들이 위법.부당한 행위를 해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용인경전철은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지만 시행사와의 법정다툼으로 개통이 늦어진데다 수천억원의 배상비를 물어주기도 했다.

경전철 사업을 둘러싼 이 소송의 쟁점은 지자체장의 경과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김학규 전 용인시장의 정책보좌관이었던 박모씨가 경전철 관련 소송과정에서 특정 법무법인에 유리하도록 개입해 용인시에 손해를 끼친 점을 인정하면서 김 전 시장에게도 연대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2심은 김 전 시장의 행위가 경과실을 넘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의 판단은 일반 개인과 비교해 공무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면이 있다. 개인 간 민사소송에서는 경과실도 책임을 묻는다. 수많은 주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될 수 있다는 법은 납득이 어렵다. 이번 주민소송은 용인주민 측이 상고의 뜻을 밝히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공무원의 경과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가 나오게 되는 셈이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무분별한 사업으로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이를 막을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이번 소송이 지자체의 책임감 있는 시정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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