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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형평세

이재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9 17:03

수정 2017.09.19 17:03

유럽 국가들이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IT 기업은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이익을 몰아놓고 세금 부담을 줄여왔다. 이에 대한 과세, 즉 '구글세'는 2015년 영국이 처음으로 법제화했다. 영국 내에서 얻은 수익을 국외로 옮길 경우 25%를 세금으로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 영국 국세청은 2005년부터 구글이 체납한 세금 1억3000만파운드(약 2000억원)를 추징했다. 그러나 구글의 영국 내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과세 실적이 미미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프랑스에서만 한해 1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프랑스에 낸 세금은 9만3000유로(1억3000만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영국에서 70억파운드의 매출을 올린 아마존이 낸 세금은 고작 740만파운드였다. 프랑스 정부는 구글에 16억유로의 과징금을 매겼으나 법원은 아일랜드에 있는 구글 본사의 이익에 대해 프랑스 정부가 세금을 매길 권리가 없다고 구글 손을 들어줬다. 글로벌 IT 기업의 조세회피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비상이 걸린 프랑스와 독일 등은 새로운 과세제도를 모색하게 됐다. IT 기업에 한해 이익이 아니라 매출에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형평세(equalisation tax)' 구상이 그렇게 나왔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이익에 과세하기가 어렵다면 해당국가에서 발생한 매출에 과세를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얘기다. 다만 형평세는 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법인세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인세도 내고 형평세도 내는 이중 과세가 억울하다.

최근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에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10개국이 형평세 도입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아일랜드, 몰타, 키프로스 등 조세회피처 국가들은 이 제도에 난색을 표시했다. 형평세가 법제화되려면 EU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디지털 공유경제시대에 걸맞은 국제 조세체계를 만들기 위한 유럽 각국의 노력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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