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노동개혁, 슈뢰더식·마크롱식·문재인식

"게으름뱅이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노동개혁안을 관철시키겠다며 한 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후 독단적 태도 등이 문제가 되면서 60%를 넘던 지지율이 30%대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노동개혁에 대한 지지율은 52%로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노조 권한을 축소하고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내용의 노동개혁안을 발표했다. 해고를 쉽게 해 10%에 달하는 실업률을 5년 안에 7%로 낮추는 게 목표다. 이에 반발한 노동계가 지난주 총파업을 주도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유럽 국가들은 전후 급속한 성장시기에 노동과 복지 등의 분야에서 선심성 정책을 남발했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없었다. 과도한 복지와 권리는 기득권이 되면 되돌리기 힘들다. 유럽은 그 대가로 재정위기를 겪고 지루한 개혁 논의를 해오고 있다.

독일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 독일은 통일 뒤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2003년 경제성장률이 -0.4%로 추락하고, 실업률은 10%에 육박했다. 좌파 성향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총대를 멨다. 사회복지 혜택을 축소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하는 '하르츠 개혁'을 밀어붙였다. 결국 그는 정권을 잃었지만 뒤를 이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전임 정부 개혁안을 이어받았다. 정책의 연속성은 유지됐고, 독일 경제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일자리 정부'를 내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지지율은 60%대 후반으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한숨 소리는 더 커졌다. 최악의 취업난으로 취업을 포기하는 사람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족(Free+Arbeiter)이 크게 늘어서다.

심각한 것은 일자리 상황이 더 나빠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노동자를 위한다며 내놓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이 되레 일자리를 갉아먹어서다. 성과연봉제 폐기도 일자리를 줄이는 데 한몫한다. 경영성과를 내 연임을 노리는 공공기관장들에게 인력충원은 언감생심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만도 버겁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채용보다 어려운 게 해고다. 해고를 어렵게 하면 고용도 어려워진다. 노동시장이 유연하면 경기가 나빠질 경우 쉽게 해고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경기가 좋아져도 고용을 꺼린다. 이처럼 고용과 해고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속적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다.

노동개혁에 성공한 독일은 유럽의 강자가 됐고, 프랑스는 독일이 간 길을 가려 한다. 문재인정부에서 노동개혁은 잊힌 말이 됐다. 당장의 지지율보다 떠날 때 박수 받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정치 지도자라면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어도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 지난주 한국을 찾은 슈뢰더 전 총리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인기에 반하는 결정도 내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슈뢰더의 발언이 말의 성찬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스스로 이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