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전자담배 세금 비중 외국보다 낮아 세율 인상 불가피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9 17:11

수정 2017.09.19 20:54

정부.국회 속인 필립모리스
전자담배 세금 비중 외국보다 낮아 세율 인상 불가피

외국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세율인상 저지용 자료 파문에 한국 정부와 국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문제는 세율인상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외국계 민간회사가 제출한 자료에만 의지해 증세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해외 현지실태 조사로 증세 명분을 갖췄으나, 늑장대응으로 법안처리가 지연되는 등 허술한 대응이 도마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일단 우리나라의 일반담배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이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아이코스 등 전자담배 증세 반대는 무력화됐다. 이로써 추후 국회 상임위에서 전자담배 세율인상을 담은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안은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내달 열릴 국정감사에서 필립모리스의 허위자료 제출과 관련해 해당 기업 임직원에 대한 국감 출석이 진행되는 등 자료 허위작성 여부를 놓고 전방위적인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韓 정부.국회, 엇갈린 자료에 휘청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따르면 전날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각당 간사들에게 일반담배(궐련) 대비 아이코스에 세금 비중 등을 담은 해외 과세 동향을 보고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직접 해외 현장 실태를 파악한 것을 토대로 제출된 보고서는 지난달 28일께 제출된 필립모리스가 제출한 자료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세금에 비해 아이코스 세금비중을 국가별로 나타낸 자료에서 필립모리스는 일본에 대해 30%라고 제시했으나, 기재부는 81.6%라고 밝혔다.

필립모리스는 그리스의 경우 아이코스 세금 비중이 35%라고 밝혔지만 기재부는 91.5%라고 설명했다.

필립모리스를 비롯한 궐련형 전자담배 세율인상 반대론자들이 주요 해외 사례로 언급하던 '일본과 그리스'의 낮은 세금 비중이 기재부 실태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국의 일반담배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은 52.3%로 일본과 그리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당초 기재부는 필립모리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올리는 개소세 인상안을 처리하려 했다. 지난달 28일 열렸던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자료의 신뢰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저희가 미흡해 필립모리스 자료를 이용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기재부에서 일본, 이탈리아 등으로 직원을 파견해 실태를 조사했고, 그 결과 필립모리스 제출 자료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자료가 제시됐다.

기재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처음부터 무역관련 협회나 공기업 등을 통해 여러 국가별 세금 비중을 확인했다면 쉽게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허술한 대응으로 세율인상 반대 측에 사실도 아닌 논리를 제공하는 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국회의원들은 필립모리스가 제공한 일본과 그리스 등의 낮은 전자담배 세금 비중을 언급하며 세율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개소세 개정안이 조세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음에도 여러 이유를 근거로 처리를 보류시켰다. 조 위원장이 제시한 여러 논거 중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등 해외 국가의 세금 비중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필립모리스 측은 "저희측 자료는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해외 법인들이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납부한 자료를 본사에서 내부 취합한 것"이라며 "기재부에서 실태조사를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어 (자료의 사실여부에 대해) 맞다, 아니다를 얘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코스 개소세 인상 불가피

반대 주요 논리가 기재부의 보고자료를 통해 무력화되면서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소세 인상은 불가피해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조경태 의원실 측도 "정부자료를 근거로만 발언을 하기에, 특정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로 입장을 정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과세에 대해선 해외 사례 근거를 가지고 접근하고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입장을 보였는데 자료가 잘못된거면 저희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재부는 각 기재위 각당 간사들을 만나 일반담배 대비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비중을 80%까지 올리겠다고 보고했다. 55%인 현 수준에서 80%까지 끌어올려 세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께 갑당 일반 담배와 동일한 개별소비세 594원을 부과하는 개소세법 개정안 대안이 기재위 상임위에 계류됐고 조경태 위원장과 민주당, 자유한국당은 75% 수준의 수정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세율인상 반대론자들이 거론했던 일본도 현재 세율인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증세 논리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필립모리스의 전 세계 아이코스 판매분 중 일본에서의 판매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일본 정부도 증세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담배와의 불형평성과, 전자담배 간 중량 차이로 세제를 개편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자담배 과세를 보다 확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반대론자들의 입지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기재위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 수준의 8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이 상태로 봐선 100%도 가능하다"며 "이번 자료 제출 건은 향후 국정감사에서도 심도 있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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