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자금조달계획서, 엉터리로 써도 통과?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9 17:15

수정 2017.09.19 17:15

정부, 투기과열지구내 거래 3억원 이상땐 신고 의무화
2004년 도입때도 단속 없어 허울뿐인 정책으로 전락 우려
정부가 오는 26일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 자금조달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지만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조치가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관련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을 거래하는 경우 주택 실거래 신고를 할 때 '자금조달 및 입주 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투기과열지구에서 자금조달계획을 법으로 강제했지만 이를 단속할 방안은 나오지 않아 허울뿐인 정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금조달계획 신고, 13년 만에 부활

자금조달계획 신고는 2004년 3월 주택거래신고제도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가 2015년 7월 폐지됐다. 이는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전용 60㎡ 초과 주택을 사고팔 때 15일 안에 관할 시.군.구에 실거래가와 주택구입자금 조달계획을 신고하는 제도다. 이번에 시행되는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 제출 의무화는 앞서 시행된 주택거래신고제보다 더 강화된 조치다.


지난 8.2 부동산 대책에서 예고된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금조달계획에 자기자금과 차입금 항목을 기입해야 한다. 자기자금 항목엔 금융기관 예금액, 부동산 매도액, 주식.채권 매각대금, 보증금 등 승계, 현금 등 기타로 구분된다. 차입금 역시 금융기관 대출액, 사채, 기타 등으로 다시 나뉜다. 입주계획에선 본인이나 가족 입주 여부를 분명히 밝히고 입주예정 시기도 적어야 한다. 임대 유무도 명시된다.

자금조달 및 입주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거래 신고필증이 나오지 않는다. 입주계획도 자세히 공개해야 한다. 본인이 입주할지, 가족도 함께 입주할지를 밝히고 입주예정 시기도 적어야 한다. 임대를 놓는 경우에도 유무를 밝혀야 한다. 법제처가 이르면 26일 시행령을 공포하면 즉시 시행된다.

■2004년 도입 때도 이행여부 관리 전혀 안해

그러나 자금조달계획 신고가 제대로 지켜지고 자리를 잡게 될지는 미지수다. 2004년 주택거래신고제도가 시행됐을 당시에도 계획서는 받았지만 실제 이행되는지 여부를 조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주택거래신고제를 통해 적발한 건수도 파악하지 않고, 관련 자료도 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도 허위신고를 하더라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입주계획은 자세하게 볼 수가 없다"면서 "가짜로 쓰더라로 이행은 안 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다 따지겠나"라면서 "좀 이상한 것들만 잡아내려고 하는 것으로, 일일이 자세히 까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통해 일부 효과는 거둘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자식들에게 집을 사주거나 하는 과정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무래도 조심할 수밖에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모두 다 전수조사할 수는 없다"면서 "의심사례가 있으면 재산상황이나 세금납부실적을 보고 판단해서 탈법적인 것을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