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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허위자료 만든 필립모리스 임직원 조사·감사 청구 추진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9 22:09

수정 2017.09.19 23:09

정부.국회 속인 필립모리스
외국계 회사 허위자료만 보고 일부 의원들 증세 반대
궐련형 전자담배 외국보다 낮아 개소세 인상 불가피
[단독]허위자료 만든 필립모리스 임직원 조사·감사 청구 추진

외국계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세율인상 저지용 자료 파문에 정부와 국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문제는 세율인상과 같은 민감한 현안을 정부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외국계 민간회사가 제출한 자료에만 의지해 증세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와 일부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해외 현지 실태조사로 증세 명분을 갖췄으나, 늑장대응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등 허술한 대응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우리나라의 일반담배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아이코스 등 전자담배 증세 반대는 무력화됐다. 이로써 추후 국회 상임위에서 전자담배 세율인상을 담은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안은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내달 열릴 국정감사에서 필립모리스의 허위자료 제출과 관련, 해당 기업 임직원에 대한 국감 출석이 진행되는 등 자료 허위작성 여부를 놓고 감사원 감사를 포함한 전방위적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日 현황자료, 고의누락 의혹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따르면 전날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각당 간사들에게 일반담배(궐련) 대비 아이코스의 세금비중 등을 담은 해외 과세동향을 보고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직접 해외현장 실태를 파악한 것을 토대로 제출된 보고서는 지난달 28일께 필립모리스가 제출한 자료와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세금에 비해 아이코스 세금비중을 국가별로 나타낸 자료에서 필립모리스는 일본은 비중이 30%라고 제시했으나 기재부는 81.6%라고 밝혔다.

필립모리스는 그리스의 아이코스 세금비중이 35%라고 밝혔지만 기재부는 91.5%라고 설명했다.

필립모리스를 비롯한 궐련형 전자담배 세율인상 반대론자들이 주요 해외사례로 언급하던 일본과 그리스의 낮은 세금비중이 기재부 실태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국의 일반담배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은 52.3%로 일본과 그리스에 비해 크게 낮다. 특히 일본 측 데이터의 경우 필립모리스의 고의누락 의혹이 제기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처음 필립모리스 측에서 일본의 세금비중을 공란으로 보내 자체적으로 30% 세율을 계산한 뒤 맞는지 다시 질의했다"며 "이후 필립모리스 측에서 8월 말 전체회의 전까지 일본 측 자료가 잘못됐다는 응답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중량을 보는 기준이 달라 이런 차이가 발생했으나, 30% 수준을 언급하는 기재부의 질의에 필립모리스에선 어떤 답변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필립모리스 측은 "일본 측 데이터는 파악되지 않아 처음에 제출하지 않았고, 기재부가 추가로 자체적으로 파악해 첫 전체회의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전체회의 이후 기재부에서 다시 공식적으로 요청이 와 78~79%대 세율이 됐다고 설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처음부터 무역관련 협회나 공기업 등을 통해 여러 국가별 세금비중을 확인했다면 쉽게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허술한 대응으로 세율인상 반대 측에 사실도 아닌 논리를 제공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개소세 인상 불가피.감사 청구 움직임도

반대 주요 논리가 기재부의 보고자료를 통해 무력화되면서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소세 인상은 불가피해졌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조세소위에서 처리된 개소세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보류시키며 증세에 반대했던 국회 기재위원장인 한국당 조경태 의원도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경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일단 소비자가격이 인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득력 있는 데이터는 충분히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잘 논의가 되면 굳이 그런 것(개소세 개정안)을 너무 오래 붙잡아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기재부는 기재위 각당 간사들을 만나 일반담배 대비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비중을 80%까지 올리겠다고 보고했다. 55%인 현 수준에서 80%까지 끌어올려 세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80%를 넘어 100% 수준까지도 증세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께 갑당 일반담배와 동일한 개별소비세 594원을 부과하는 개소세법 개정안 대안이 기재위 상임위에 계류됐고 조경태 위원장과 민주당, 자유한국당은 75% 수준의 수정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일각에선 이번 자료 문제, 개정안 보류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 청구 주장도 제기돼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통화에서 "소위에서 통과한 것을 이렇게 바꾸려고 하는 필립모리스의 행동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 이것은 논리도 명분도 없는 것"이라며 "이번 건에 대해선 감사원 청구를 해야 한다. 이것에 대해 기재위 소속 많은 의원들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율인상 반대론자들이 거론했던 일본도 현재 세율인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내 증세 논리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필립모리스의 전 세계 아이코스 판매분 중 일본에서의 판매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일본 정부도 증세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자담배 과세를 보다 확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반대론자들의 입지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기재위 관계자는 "이번 자료 제출 건은 향후 국정감사에서도 심도 있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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