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불확실성을 줄여야 일자리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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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다. 방송 다큐멘터리를 보면 세렝게티 공원의 많은 동물이 극심한 가뭄 때 살아남기 위해 새끼 낳는 것도 포기하고 생존 모드로 들어간다. 사자나 표범 등 육식동물의 먹이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누와 얼룩말이 떼를 지어 새로운 목초지를 향해 이동해 가는 장엄한 광경을 보노라면 가슴이 시려온다. 악어떼가 득실거리는 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때 병든 얼룩말이나 새끼 누의 상당수가 희생당한다. 풀 한 포기 없는 극심한 가뭄지역에선 당장 내일이 불안하니 새로운 미지의 목초지를 향해 목숨 건 모험을 단행한다.

왜 생뚱스럽게 사파리의 누 얘기인가! 동물이나 인간이나 미래가 불확실하면 불안하고 두렵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그만큼 더 불안해진다. 미래가 불안해지면 미래의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유비(저축)하게 된다. 일본이 장기불황을 겪게 된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가 고령화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였다. 장수로 인해 개인의 병원비와 노후생계비가 늘어나고 정부의 복지지출이 증대돼 미래가 불안해지니 소비를 줄여 장기불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우리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도 훨씬 빠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경제주체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더 커진다. 벌써 수년째 소비자들의 소비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증대시켜도 시중에 돈이 잘 유통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령화와 취업난으로 미래가 불안해 지출을 줄이고 미래에 대비하느라고 유비하는 것이다.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점차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니 취업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민간경제활동에 가장 암적인 것이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미래가 불안하게 돼 기업이나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게 된다. 따라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첫걸음이 불확실성 제거이다. 불확실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도 있지만 정책당국이 만들어내는 정책적인 불확실성도 많다. 인구고령화나 미국의 금리인상 등은 우리 정부의 통제 밖이다. 그러나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규제나 일관성 없는 정책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엄청 증대시킨다.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 기업이나 소비자가 그에 적응하기 힘들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관련 정책들은 기업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새로운 조건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엔 충격이 더 크므로 그에 적절한 적응기간을 주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일자리는 원천적으로 민간기업이 만들어낸다. 민간기업이 미래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거시경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정부보조금이나 세제지원보다도 훨씬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고용창출은 단순히 노동시장의 노동수급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일자리 정책에서도 밀어붙이기 식의 초창기 반짝 효과보다는 지속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마라톤 정책이 필요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상책이다.

이윤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