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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박은정법'을 기대한다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0 16:55

수정 2017.09.20 16:55

[차장칼럼] '박은정법'을 기대한다

박은정은 문재인정부의 초대 국민권익위원장이다. 김영란(2011년 1월~2012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법학자이자 인권.사법감시 시민활동가다. 취임 80일, 박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만큼 그의 앞에 놓인 숙제가 많다. 그중 주목되는 것은 '이해충돌방지법(가칭)' 제정이다. 전 정부를 집어삼킨 '최순실게이트'를 사전 차단할 법망이 그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박 위원장은 지난 7월 간담회에서 "공직자가 민간에 청탁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충돌방지법 입법화를 약속했다. 첫 단계가 민간인에 대한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이다. 이것이 올 하반기까지다. 이를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으로 국회에서 명문화하고, 부정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 도입한다는 게 큰 그림이다.

사실 '이해충돌방지'는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와 함께 부정청탁금지법의 3대 축이었다. 2011년 이 법의 초안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 이름도 '공직자의 사익추구방지법'이라고 붙였다. 국회의원.장관 등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좇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자는 뜻에서다. 채용·승진 등 인사청탁 개입, 업무상 비밀 누설, 계약 시 특권 부여, 금전출연 강요, 평가 판정에 부당개입 등 이해가 충돌하는 공직자의 부정행위는 매우 많다. 그래서 "너무 포괄적이다" "애매하다" "위헌성이 있다"는 등 여러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부정청탁금지법 제정 당시 이 부분만 빠졌고, 반쪽짜리가 됐다.

김영란 전 위원장은 대담집(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 2017년)에서 "궁극적으로 금품수수와 부정청탁만 막아서는 안 되고, 그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다른 유형을 모두 막는 것이다. 그 부분을 종합해 모아놓은 게 이해충돌방지다. 이것과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가 합쳐지면 결국 공직자라는 직위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자는 것으로 본질이 확장된다"고 말한다.

부정청탁금지법(2016년 9월 28일)이 시행 1년을 맞는다. 그 1년 새 벌어진 국정농단 사태는 기득권층과 공직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드러냈다. 공직자 청렴도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권익위는 이달 초 이해충돌방지법 초안이 될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안을 공개하려다 슬그머니 늦췄다. 논의가 부족했거나, 내부 논란이 많은 모양이다. 제안한다.
지금부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 입법화 이슈를 수면 위로 꺼내놓고 논의의 장을 열자. 박 위원장은 '미완의 부정청탁금지법', 그 세 가지 축을 완성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그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청렴국가'를 지향하는 문재인정부에서 진화한 '박은정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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